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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r 22.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내 감정은 내려놓고

학부모 민원 :  2024-4 


출장 중에 학교가 나를 찾는 경우는 썩 반길 일이 아니다. 학교 전화번호가 찍힐 때 순간 걱정이 든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라는 염려가 든다. 선생님이 나를 찾는 전화도 그렇고 카톡으로 남긴 메시지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메시지 내용이 길면 더욱 그렇다. 교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며 교감만이 풀어야 할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교감은 출장 중일 때도 마음 편하지 않다. 물론 출장은 공무이긴 하지만 학교 밖을 벗어났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크다. 


 

교장님과 통화하고 싶다는 학부모가 있다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해당 학부모 연락처를 찍어 보내주셨다.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선 기분이다. 전화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천상 교감의 몫이다. 학부모가 교장과 통화하고 싶다고 해서 순진하게 교장님과 직접 연결시키는 일은 눈치 없는 행동이다. 학부모는 학교 책임자와 통화하고 싶은 것이다. 교감이 학교에 있는 이유도 교장을 보좌하는 일이 아닌가. 초중등교육법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다. 껄끄러운 일일수록 잘 보좌해 드려야 한다. 


 

학교는 다양한 아이들이 활동하는 곳이다. 무풍지대가 아니다. 집 안에서야 자녀가 한 둘 밖에 없다 보니 싸울 일이 적지만 학교는 다르다. 어릴수록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 싸우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부모는 자녀가 맞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학교로 전화를 건다. 화를 낸다. 학교가 뭐 했냐며 따진다.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 때로는 교육청이며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한다. 화가 많이 난 학부모의 이야기를 나는 주로 많이 듣는다. 속상한 마음을 이해하려고 최대한 말을 아낀다. 하고 싶은 말은 절제하고 학부모의 감정 썩힌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상대방 학부모의 사과를 받기를 원하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줄타기하는 심정으로 양쪽 학부모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막기 위함이고 더 나아가 학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나도 사람이다. 절차대로 진행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상대로부터의 사과이지 절차대로 하겠다는 상투적인 설명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책임 있는 학교의 태도를 바란다. 학교 대표자의 말에서 느낀다. 형식적인 말인지 진정성이 묻어나 있는지 말의 뉘앙스를 듣고 판단한다. 


 

오랜 시간 휴대폰을 귀에 대고 이야기를 들어 드렸다. 학교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마지막에는 상황 보고하듯이 마무리 상황도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 처음보다 감정이 차분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 맛있게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마쳤다. 내 감정을 내려놓은 결과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 교감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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