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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조정을 위한 사전 모임

by 이창수

회복적 정의가 공동체에 전반적인 분위기로 자리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R.D)의 철학이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다소 서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드는 것은 R.D. 를 서클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R.D. 를 실천하기 위해 서클은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R.D. 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엄격히 말하자면 R.D. 는 철학이며 가치관이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체의 가치를 R.D. 에 녹아내야 한다.


정의는 응보와 다르다. 처벌로 결과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회복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며 지속적 관계 회복을 위해 대화의 모임을 권장한다. 회복적 조정을 위해 사전 모임과 본 모임, 사후 모임으로 프로세스 과정을 거치는 것도 결국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처벌이 쉽고 간결해 보이지만 진정한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정의는 확실한 결과를 보장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대화 모임을 통해 가피해 양쪽 모두 정의를 경험하게 되고 회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살아나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복적 조정을 위해 조정자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프로세스에 관한 절차를 지속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중립자의 위치에서 판단하거나 해결하려는 본성을 억눌려야 한다. 가 피해 양쪽의 목소리를 통해 관계가 회복되고 정의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질문 하나하나를 상황에 맞게 구상하여 던지는 것부터 시작된다. 회복적 질문이라고 말한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양쪽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조정자는 잘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실과 감정, 가치를 목소리에서 찾아내야 한다. 영향을 파악하고 자발적 책임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듣고 또 들어야 한다. 회복적 정의를 향한 방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말이다.


회복적 조정을 위한 사전 모임 모의 훈련을 했다. 모의 시나리오를 두고 각자 역할을 맡아 실습을 진행했다. 가 피해 역할은 그나마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지만 막상 조정자의 역할을 맡았을 때에는 돌발 상황과 예상치 못한 답변에 하마터면 주도권을 놓칠 뻔했다. 한정훈 강사님을 통해 실제 시연 과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사전 모임 하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시간 동안 배워왔던 R.D. 의 여러 단계가 결국은 회복적 조정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공동체가 파괴되는 이 시대에 공동체를 만들어가다니. 회복적 정의가 흐르는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잃어버린 공동체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헛된 소모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교는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는 이 시대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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