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마취제가 수술에 처음 사용되었던 때가 1840년대였다고 한다. 당시 마취제가 적용 가능한 부분은 제한되어 있었다. 치아를 빼거나 종기 제거 정도에만 허용되었고 지금처럼 임산부가 출산을 할 때에는 사용 금지되었다. 그 이유는 종교적 교리 상의 이유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마취제 없는 수술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다. 1973년에 유전자 재조합에 의한 유전자 조작, 1978년 시험관 아기, 1997년 유전자 복제에 의한 돌리 양은 종교적으로 윤리적으로 민감한 이슈였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전공학의 기술은 인간의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피부적으로 깊숙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예병일 교수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유전에 관한 개념을 역사적 사실과 학자들의 이야기를 겸해 이야기식으로 들려준다. 그리고 유전공학에 대해 염려하는 지점들을 명쾌하게 찾아내 설명해 주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의외로 유전공학의 기술들은 우연히 연구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 코로나19를 진단하기 위한 PCR 기술 즉 중합효소연쇄반응 기술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과거에는 유전질환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치매, 비만, 집중력 부족, 알코올 의존증도 유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전공학은 괄목할 만하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의 비밀이 밝혀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유전자가 만능일 수는 없을 것이다. 유전공학의 발전과 논쟁을 다룬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과거와 현재 앞으로 미래에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을 눈여겨볼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