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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Sep 11. 2024

혼자 밥 챙겨 먹어야 할 때 망설이다가 우연히...

출장지에서 혼자 밥 먹어야 할 때 순간 고민이 많아진다. 성격상 혼자 밥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어떨 때에는 이른 점심을 집에서 먹고 떠나거나 아니면 아예 점심을 건너뛰고 용무를 다 마친 뒤 집에 와서 저녁 겸 같이 먹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나이를 점점 먹어갈수록 한 끼를 넘기다 보니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를 때가 많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해야 되고 2시간가량 말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한 끼를 건너뛴다는 것은 결국 몸을 망가뜨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어떻게든 출장지에서 두리번두리번거리다가 가장 적당한 장소에 가서 밥 한 끼를 때운다. 



오늘도 저 멀리 편도 16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일이 생겨 점심 식사를 반드시 현지에서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떠났다. 막상 출장 장소에 다다르니 마땅히 식사할 장소가 눈에 띄지 않아 운전대를 돌려 시가지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신호등에 걸려 왼쪽을 쳐다보는 순간 웬 칼국수집이 덩그러니 혼자 있는 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유턴을 해서 칼국수집 도로변에 차를 세우긴 했지만 순간 들어갈까 말까 망설여졌다. 아무래도 혼자 밥 먹는 게 익숙하지 않아 나도 모르게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도 용기를 내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푸근하게 보이시는 꽤 나이가 드신 어르신 내외께서 운영하시는 식당이었다. 보통 칼국수를 내어 오실 때 큰 그릇에 1인분 내어 오시는데 이 집은 냄비 차림으로 차려 주셨다. 각종 해물이 듬뿍 들어 있고 마치 누가 보면 2인분처럼 보이는 양이었다. 함께 따라온 김치 두 종류도 모두 손수 담그신 모양인 듯싶다. 원산지 표시도 국산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니 분명했다. 국물도 심심했고 무난하게 시원한 맛으로 선택했는데 나중에 오시는 분들 주문하는 것을 곁눈질해 보니 나중에 올 기회가 있다면 구수한 국물 맛으로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된장을 풀어서 우려낸 국물 맛인 것 같다. 



아주 편안하게 내 집처럼 해물칼국수 한 냄비를 먹었다. 약간의 보리밥도 내어 주셨는데 까끌까끌한 보리밥 맛이 오래간만이어서 그런지 참 기억이 많이 남는다. 이제 이곳에 출장을 오면 점심 한 끼 해치우는 일은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이곳을 내 단골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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