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오랫동안 숙원 사업이었던 체육관 건축이 한창이다. 1층은 급식소가 자리 잡고 2층은 체육, 문화, 예술 복한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건축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내가 학기 초부터 체육관 건축으로 인한 내부 회의 및 관련자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서 조금씩이나 건축에 대한 개념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최근 급식소에 설치되는 세척기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조리에 담당하는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애로 사항을 경청하게 되었다. 설계도를 완성하는 단계에서 급식소 공간에 들어갈 세척기에 관해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워 재차 세척기를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되었다.
단순히 세척기를 공간에 배치하는 차원이 아니라 세척기가 들어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해야 할 점들이 많다는 점이다. 새로 들어오게 될 세척기 같은 경우 기존의 전압과 달리 380V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미 콘크리트 작업이 완료된 단계에서 수정하는 과정이 복잡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었다.
체육관 전체의 전압량이 초과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되어야 하고 건축팀 중에서 전기 안전팀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뿐만 아니라 공기를 넣고 빼고 하는 후드가 천장에 고정적으로 설치되어야 하는 점, 배수관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점 등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님께서는 조리를 실제적으로 담당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고 하나하나 걸림돌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당초에 설계도를 완성하기 직접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더 수월하게 건축이 이루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들을 만나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교장이 되었을 경우 건축하는 과정에서 공간을 실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화가, 조각가, 건축가 등 만능 엔터테인먼트였던 미켈란젤로는 건축에 대해 아주 멋진 말을 남겼다.
"건축물의 각 부분은 인간 내부의 각 장기와 비슷합니다. 인간의 신체, 특히 해부학에 통달하지 못한 사람은 이러한 진리를 깨우치지 못할 것입니다" (미켈란젤로 생애 마지막 도전, 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