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돌보며 자신에게 다가온 고통을 온전히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아가는 한 남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아내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고통을 원망해 보기도 했지만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감내해 내는 기적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다.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전 아내가 늘 자신에게 '난, 당신이 좋아'라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쓰러져 누워 있는 아내에게 자신이 해 주고 있는 말이라고 한다.
그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를 위해,
삶의 속도를 줄이고,
아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아내와 나를 아는 지인이 언제 한 번 나에게 이런 말을 진담 반 농담 반 건넨 적이 있다. 스쳐 지나가면서 한 말이었는데 오래 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오빠, 00한테 잘해. 오빠가 교감된 거, 다 00이 때문이야"
"00 이가 고생 많다고 하더라"
가슴이 뜨끔거린다. 젊었을 때 학교 일 한답시고 가정을 소홀히 했던 일, 남편이 꼭 있어야 할 순간에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워 아내 혼자 아등바등 힘들었던 순간, 아내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했던 순간 등등이 떠오른다.
나이가 드니 철이 든다.
아내 말 들어서 손해 되는 것 없다는 말이 맞다.
이제 학교 일보다 아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내 아내를 살짝 소개한다.
아내는 청년 시절부터 신사임당으로 통했다. 타고난 온유한 성품인 것 같다. 결혼 후에도 늘 변함없다. 가정과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 내고 있다. 세 자녀의 엄마로서 자녀가 어렸을 때에는 그야말로 초인적인 육아와 가사의 시절을 보냈다. 자녀가 컸다고 해서 일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다. 자녀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꼭 엄마를 찾는다.
아내와 함께 모처럼 단 둘이서 콧바람을 쐬러 나들이를 다녀왔다. 찾아간 카페는 풍경이 예쁘고 실내 디자인이 고풍스러웠다. 전체적인 느낌이 마치 1900년대 초 대한제국 왕실의 느낌이 풍겨온다.
종종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젊은 아빠엄마들을 보면 우리의 옛 모습이 떠오른다. 얘들 칭얼될 때에는 풍경이고 뭐고 얘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부부가 단둘이서 다닐 수 있으니 참 마음이 가볍다. 아메리카노와 라테를 시켜 놓고 실내 장식을 배경 삼아 사진도 찍어 본다.
점심식사는 아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아내는 가볍게 식사하는 것을 선호한다. 빵, 샐러드와 같은 것들을 즐겨한다.
검색해서 찾아간 곳은 보기보다 가성비가 좋은 곳이었다. 아내와 나 둘이서 샌드위치, 빵, 아메리카노를 시켜 먹었는데 15,000원이었다. 밖에 나가 한 사람 식사 값 정도에 두 사람이 식사를....
마트에 들러 찬거리도 사고 아이들 간식거리도 사고 집으로 들어오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오고 가며 자동차 안에서 아내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