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교감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연구회에서 초대해 주셨다. 바쁜 일과 속에서 지내는 교감 선생님들이 더배움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는 시간에 그리 잘난 데 없는 평범한 교감을 초청해 주셨다.
유명한 연구자라든지 깊이 있는 강사도 많을 텐데도 불구하고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현직 교감을 불러 주셨다. 한 달 전 섭외 요청이 들어왔을 때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 실무를 담당하시는 교감님과 서로 일정을 조율한 끝에 함께 모일 수 있는 날을 어렵게 정했다.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강원도 내에 작은 군 단위에도 여러 초등학교가 존재하고 있다. 학급 수가 줄어들어 교감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학교도 있지만 내가 방문한 이곳은 아직까지 열세 분의 교감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나마다 한 해 한 해 학생 수가 줄어들어 교감 선생님들이 가야 할 학교도 점점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강원도뿐만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이번 강의는 현직 교감이 살아가는 실제 현장의 학교 이야기다. 모두 같은 공통점이 있고 유사한 경험들이 있어서 공감이 되었다고 한다.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 학교 내 교감의 삶이다. 돌발적인 사건은 학생과 교직원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늘 일어난다.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고 후속 조치를 하느냐가 교감의 일이자 능력이다. 지난 4년 동안 겪었던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 나만의 방법들을 알려드렸다. 물론 학교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상황이 나타나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큰 줄기는 일맥상통하다.
교감은 늘 긴장하며 주위를 살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정약용의 인생의 후반기에 본인 스스로 붙였던 '여유당'이라는 호처럼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조심 지낼 수밖에 없다. 직장 안에서 역할 면에서 우위에 있는 교감의 입장에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심지어 표정 하나라도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다. 특히 업무를 처리해 가는 동안에도 고도의 전술 전략이 필요할 때가 있다. 경계가 불명확한 일인 경우에는 서로가 기피하고 회피하고자 하는 분위기라면 더더욱 교감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갈등이 일어날 확률이 적어진다. 반대로 뭔가를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다 보면 구성원들의 반감을 살 때가 반드시 다가온다. 어떻게 구성원들의 마음을 자발적으로 모으고 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가느냐는 리더의 리더십 역량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구성원들로 모인 학교라는 공동체를 끌고 나가야 한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극한 직업이다.
앞으로 교감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지내왔는지 감회가 새롭다. 한 달 한 달이 숨 돌릴 겨를 없이 훅 지나왔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사람 대하는 법도 좀 더 부드러워졌다. 일 대하는 법도 여유로워졌다. 떫은 땡감에서 맛 좋은 홍시로 점점 익어가는 중이다.
땡감이 홍시가 되기까지 숱한 세월 동안 찬 바람과 뭇 서리, 번개와 천둥을 맞았으리라. 맛 좋은 홍시일수록 더 센 찬 바람을 맞았으리라. 떫은 땡감일수록 더 맛있는 홍시가 되리라. 늦은 가을 소반에 수북이 담겨온 홍시를 맛보며 그동안의 피곤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게 땡감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홍시로 남기를 바라본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 교감하며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