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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창창한 날들
Nov 22. 2022
정다운 이웃이 되는 방법
따뜻한 말 한마디
사진 pixabay
친구에게
안녕?
우리 건물에 입주한 걸 축하해.
너와 가까이 지내게 되어 든든하구나.
나는 작년 9월에 입주했어.
누구하고도 금세 친해지는 나였지만, 이곳은 달라 보였어.
옆 방의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는 원룸이나 고시텔에서 지내야 처지에 맞았을 내가
품격 있는 고급 오피스텔에 입주했으니 모든 게 조심스러웠던 걸까.
이웃 주민과 잘 사귀지도 못한 채 건물 바깥의 일에만 열중했어.
가끔
먼저
웃음
띤
눈빛을
보내
주는 분도 계셨지만
나는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어.
"왜 웃지?"
내가 먼저 그 분과 다른 분들에게 인사할 생각을 하지 않았어.
내가 먼저 떡을 돌리고 저 몇 호에 살아요 했다면 달랐겠지.
달랐을 거야.
얼마 전 네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지.
"네가? 정말로? 십 분 만에 사람을 사귀어 버리는
ENFP
가 그랬단 말이야?"
그래.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그랬다고.
집에 들어와 글을 쓴 다음 문 꼭 잠그고 있다가 얼른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곤 했어.
아는 이가 없으니 이 공간이 숨 쉬기 힘들어지더라.
몇 달을 겉돌던 나는 심한 자괴감에 빠졌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나 싶어 주위의 건물을 보러 다니기도 했어.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깨달았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은 채 여기서 못 견딘다면 어딜 가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삼 개월쯤 보내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이브 밤이었어.
혼자라서 울적한 밤, 얼마 전 알게 된 칵테일 바에서 홀로 술을 두 잔 마시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우리 집(혼자 사니 '내 집'이라 해야 할 텐데 아직도 우리 집이라고 하는 습관어가 고쳐지지 않네. 그래도 우리 집 어감이 더 좋은 건 뼛속부터 한국인임을 인증하는 거라고 해 두자.) 손잡이에 크리스마스 리스가 걸려 있는 거야.
지름 20센티미터 정도의 크지 않은 리스였어.
주변을 둘러보았지.
크리스마스 리스
초록색
쪽지에
이렇게
쓰여 있었어.
메리 크리스마스
내가 먼저 건네 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기만 했는데 그제야 깨달았어.
다음 날부터 용기 내어 행동을 바
꿨어
.
어떤 분에게는 다정한 눈인사를, 어떤 분에게는 주머니 속에 있던 사탕 한 알을 건넸지.
아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어.
이 공간과 사람들에 적응하기 시작한 거야.
너의 적응기는 나보다 빠르기 바라.
이 공간에서 행복한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게 마음을 열기 바라.
브런치에서 정다운 이웃이 되는 방법
이 글은 '창창한 날들'이 브런치에 적응하기까지의 일 년을 브런치 오피스텔 입주 적응기로 바꿔 써 본 것이다.
실은 브런치에 입성
한 뒤 석 달이 지나도록
내 글만 열심히 올
렸고
, 누가 봐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 내 글집은
깊은 숲속
창고일 뿐이었다.
내가 먼저 다른 작가님들의 글집을 방문하고 라이킷 누르지 않고서야 누가 내 존재를 알 리 있겠는가.
그런 내가 뼈아픈 반성을 하게 된 것은 한 작가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이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내게 '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댓글로 자취를 남겨준 작가님이다.
그 분은 내 첫 지인(오프라인에서 이미 나를 알던 구독자 친구들을 제외하고)이자, 손님이자, 글 친구, 선생
님이 되었다.
이혼의 자책감과 아픔에서 허우적대며 어디 나를 좀 인정해 줄 사람, 다정하게 봐줄 사람 없나요, 하고 외로움을 탈 때 작가님의 환대는 눈물겨웠다.
내 글의 첫 댓글러인
작가
님은 다른 이들의 글을 정성스레 읽어주기, 반응하기가 서로를 살리고 키우는 방법임을 배우게 해 준 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댓글을 자주
남겨
주시는 작가님도 잊을 수 없다.
구독자
가
많아 새 글 알림도 계속 울릴 텐데 일부러 찾아와 "글 더 없느냐" 물어봐 준 날 나는 날아오를 듯 들떠 지냈다.
어떤 글로 작가님의 주문에 제대로 응답할까, 고민은 되지만.
작가님의 꾸준하고도 정성들여 쓴 글과 그 분이 소개한 책들에서 이미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분의 이후가 무척 기대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구독을 누른
작가님들의 이름이 스쳐간다.
자꾸
그 작가의 방을
찾아가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그 작가의 처음을 알고,
그 작가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았기 때문 아닐까.
작가가 함께하는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꾸준한 자세로
신뢰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거기에서
애정이
생기고
관심이
이어지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의 내 모습으로는 부족하다.
매주 글 두 편 이상을 꾸준히 올리겠다는 다짐은 수준이 영 못 마땅하다는 핑계로 지연되어 왔다.
앞으로는 꾸준함의 자세로 나아가 보려 한다.
쓰기도, 읽기도, 반응하기도, 사랑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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