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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Jan 24. 2024

<요즘 뜨는 브런치북> 1위에 올랐다가

롤러코스터 8일 천하, 재밌었다!


'창창한 날들' 구독자 님께^^



전국이 연일 한파로 얼어 있는 가운데, 독자 님들 계신 그곳은 어떠신가요?


전남 해안가에 있는 무안은 눈이 허벌나게 쌓였습니다. 저는 도서관도 못 가고 삼일째 은둔 중이고요.


30년 일만 하다가 지쳐, 한 달만이라도 시골살이하며 앞날을 계획해 보자 했던 저는 아무 욕심 없이 매일 글을 쓰겠다 다짐하고 내려왔더랬습니다. '브런치에 좀 더 집중하자' 그 정도의 가벼운 목표만 가지고요.


그런데 브런치북 <시골서 한 달 살아볼랑가?> 연재의 두 번째 글 '고모, 냄새 좀 어떻게 해 보랑게요'가 오른 뒤부터 조회수 1만이 뜨더니 '오후 7시, 브런치스토리 인기글'에 올랐어요.


이어서 8시, 9시, 10시에 인기글에 오르더니 구독자 수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요즘 뜨는 브런치북] 6위에도 올라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5위에!


https://brunch.co.kr/@changada/200




2위까지 올라가는 7일 동안 조회수 1만 글이 세 번이나 떴고, 구독자 수는 80이 증가해 190이 되었고요.


지난 2년 반 동안의 구독자 수 90이 단 일주일 만에 달성되었으니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습니다.


대관람차를 타고 시야가 탁 트인 풍광을 내려다보는 붕 뜬 기분으로 지낸 일주일 동안,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참 좋은 문장을 쓰시는 작가님들이 구독을 눌러주신 덕에 글친구가 된 것이 첫째이고,

지인들이 제가 시골살이 브이로그를 하는 것 같아 즐겁게 읽고 있다고 피드백을 해 준 것이 둘째입니다. 


'할머니들 이야기 더 써 달라', '고모 농사일 좀 자세히 써 주라', '고모 인생기 자세히 써 주라', '개들 이야기 자세히~' 등으로 노래 신청하듯 저한테 신청글을 주문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죠.


'매일 연재할걸.'


화, 금, 일만 연재하기로 한 것이 후회되었습니다.

게다가 19일에 1위까지 올라서고, 구독자 수는 240이 넘어섰으니, 고모네 현관 문을 열고 뛰쳐나가 들판에 대고 외치고 싶을 만큼 기뻤어요. 엄청난 성취감과 함께요.  


방문하는 구독자 님들께 어떻게 인사를 드리지? 고민, 고민. 감사의 글을 썼지만 너무 나대는 것 같아 참았습니다.




아무 고민 없이 자랑한 대상은 아버지였습니다. 편찮은 당신을 돌봄 해 드리는 것도 미루고 먼 데 내려와 있는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께 6, 5, 2 , 1위 페이지를 바로바로 캡처해서 기쁨을 안겨드렸어요.


그리고 순이 고모께 감사드렸죠.

"고모, 어제 쓴 글이 이렇게 1위 했어요. 다 고모 덕분이에요. 고맙습니다."

"나(내)가 뭘 했다고야."

그래도 순이 고모는 활짝 웃으셨어요.


합평 모임 글벗들이 하나같이 그렇게 응원과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매일 글쓰기 하고, 7년째 꾸준히 합평하며 쌓은 실력이 시골 가서 터졌나 보다."

"글이 심각하지도 않으면서 뭉클하고 찡하고 유쾌하고 다 하더라."


다 순이 고모 덕이었죠. 고모가 해 주는 말씀이 킬링포인트였으니까요.

네, 드디어 보상받는구나, 올 것은 오고야 마는구나, 그리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을 뒤늦게 받은 것처럼 약간 아쉬울 정도였으니, 저라는 사람 얼마나 얄팍한지요.




브런치 스토리 작가 수를 검색해 기까지 했어요. 자그마치 66,000여 명이라니! 그중 반만 활동한다고 쳐도 3만 여 명, 그중 1위를 했다니! 얼마나 놀라운지, 실감이 나지 않아 붕붕 떠서 지냈어요.


기쁜 건 기쁜 것이, 다음 연재에 대한 부담도 엄청 크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염려는 오래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제가 왜 이리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느냐고요?

네 그렇습니다.^^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오게 돼 있지요. 언제 내려올까 그 시점만 움직일 뿐 아니겠습니까.


요일에 2위로 내려왔기에 실망... 그래도 며칠은 유지해 주겠지 했어요.


월요일부터 눈보라가 말할 수 없이 휘몰아친 데다, 순이 고모가 배탈과 몸살이 동반돼 종일 누워계셨어요. 제가 와 있는 동안 그렇게 아프신 건 처음 봤어요. 노인은 노인이구나. 저는 고모가 걱정돼 집에 있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화요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신기루처럼 20위 권 안에서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하하하.


브런치북 인기글에 오르겠다는 목표는커녕 엄두도 내지 않았던 제가 <시골서 한 달 살아볼랑가?>라는 잘 지은 제목 덕에(친한 동생이자 매일 글쓰기 글벗이 아이디어를 준 것이어요) 일주일 동안 롤러코스터 잘 탔습니다. 네, 잘 탔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오후 다섯 시까지만 해도 앞으로 나는 뭘 써야 하지? 크리에이터 배지는 어떻게 달지?(이런 것도 며칠 전에 처음 알았어요.) 그러면서 브런치플랫폼을 공부했는데, 그럴수록 우울했어요.


한 분야의 전문가적 면모가 보이지 않으니 브런치스토리 알고리즘이 제게는 배지를 안 주는 것일 테죠. 그러자 제가 너무 한심한 거예요.


나는 뭘 하든 어중간하게 할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중도에 그만 두지, 내가 그렇지 뭐, 할 게 뻔하다 생각하니 더 마음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그때 기적처럼 친한 동생 슬기(가명)에게 전화가 왔어요. 5년 동안 함께 명상을 한 친구인데요.

제가 욕심과 불안으로 헤맬 때 따끔히 야단쳐 줄 수 있는 마음버리기 벗이랍니다.

"슬기야. 나 좀 꾸짖어 줘."


슬기가 말합니다.

"어떤 글에서 봤는데 현자가 '능력이란 무엇이냐?' 물었어. 제자들이 답을 못하자 현자가 답했대.

'그것만 하는 게 능력이다.' 언니, 글 쓰러 간 거니까 그것만 해. 3년 동안 매일같이 글을 쓴 사람이 어떻게 어중간하냐?"


동생의 말을 들으며 조금 울었습니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 어리석은 짓을 일삼는 제 옆에 슬기롭고 다정한 사람들이 있어서요. 늘 적절한 때에 저의 중심을 바로잡도록 해 주는 이들이 곁에 있는 전, 그래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화를 마치며 슬기가 당부를 하네요.

"언니, 할마씨들 얘기나 좀 더 써 줘. 할마씨 냄새 말고 언니 냄새 얘기도 좀 쓰고. 하하하"


https://brunch.co.kr/brunchbook/mooan-sigolsari




얼마 전 브런치에 입성하여 구독자가 늘지 않아 걱정인 작가 님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말씀드려요.


우리, 숫자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조금만ㅎㅎ), 자기를 살리고 읽는 분들께 도움 되고 위로 되는 쓸모 있는 글 쓰기로 해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모든 날 평안하기 바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오후부터 눈보라는 소강 상태입니다. 근심, 걱정 훌훌 털고 눈 녹은 길로만 미남이 델고 산책도 다녀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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