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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Mar 22. 2023

'모든 인간의 인감됨'을 위하여

책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강남순, 한길사, 2020.2)



대학 다닐 때 교양 과목으로 '여성학'을 들었다. 거기서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다.

잊어버리고 살다가 오 년 전 세월호 유가족과 연대하는 단체(함께크는여성울림)에 들어가 '성평등 강사 양성 교육'에 참여하여 페미니즘의 맛을 보았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강사로서 훈련이 되진 않았다.

정직하고 진솔하고 인간 냄새나는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좋아서 지인들에게 우리 단체에 가입을 권유했다.

"거기 페미니즘 단체라며. 페미니즘 별로야."

꽤 진보적인 사유를 하는 지인들이 하나같이 그런 반응을 했다. 페미니즘 하면 메갈리아, 워마드 등의 단체부터 떠오른다고 하면서.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단체들과 달라. 건강한 조직이라고."

그런데 뭐가 어떻게 다른지,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아는 게 없는데, 함께하고는 싶어서 페미니즘이라는 기치를 내려서라도 주위의 여성들, 물론 남성들까지 회원으로 영입하기를 바랐다.

페미니즘에 대해 무지하던 내가 작년 연말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페미니즘을 알고 싶어졌다. 세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이어졌다.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가 그것들이다.


아래는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목차와 밑줄 그은 문장들이다. 아직은 내 생각을 정리하여 쓸 정도는 아니어서 생각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려 했는데, 그러다간 글 쓸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아(서랍 속에 쌓아둔 글들이 발행한 글보다 두 배로 많아지고 있다) 밑줄 그은 문장들이라도 남기기로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잠재된 편견과 차별 의식을 인식하고 새로운 이론과 현장을 연계시키는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당부에 공감하였다.


1.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2. 성차별이란 무엇인가
3.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4. 페미니즘은 하나인가
5. 남성과 페미니즘은 어떤 관계인가
6. 페미니즘은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가
7.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좋은 이론은 중요한 실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미니즘이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왜 남성은 물로 여성조차도 페미니즘을 거부하고 있는가. 페미니즘 거부 현상 역시 단순하지 않기에 매우 다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252쪽

'모든' 영역에서 근원적인 변혁을 요구하는 이론과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거부는, 어쩌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현상이다. 254쪽

페미니즘은 이제까지 많은 이들이 절대적인 사실, 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 '근원적 NO'를 제기하는 것이기에, '불편한 진실'이라는 점이다. 252쪽

다른 '이즘'과 달리 유독 페미니즘만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분석과 학습을 통한 이해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오독이 시작된다. 37쪽

페미니즘을 포함해서 여타의 이론들은 '연장'이다. 즉, 연장으로서의 이론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긍정적 기능을 할 수도 있고, 파괴적 기능을 할 수도 있다. 51쪽

동료 인간으로서 보다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각기 지니고 있을 '인식론적 사각지대'를 어떻게 일깨울 것인지 '설득의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253쪽

'성찰적 분노'는 분노를 일으키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 개입되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그 판단에 따른 변혁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분노다. 페미니스트의 분노는 성찰적 분노여야 한다. 253쪽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급진적 사상


페미니즘의 출발점은 '여성'이라는 젠더 문제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도착점은 젠더뿐만 아니라 인종·계층·장애·성적 지향 등 다양한 근거로 차별받고, 소외되고, 제2등 인간으로 살아가는 주변부인과 소수자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평등과 정의가 실현된 사회다. 273

페미니즘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세계는 생물학적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 간주되는 세계가 되어야 한다. 199쪽




이 책은 페미니즘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한 분들이 기본서로 읽으면 맞춤이다.

'~란 무엇인가'라는 소제목들이 보여주듯 기본 의미를 쉽게 설명해 주어서 그 분야에 무지했던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페미니스트의 연장통 역할을 제대로 할 책을 찾았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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