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다고 웃으면서도 한두 개씩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답들이 오갔다. 누가 더 우습고 위트 있는 질문을 낼까 경쟁하는 것 같았다. 예주는 정답이 뭘까 곰곰 생각했지만 거의 맞히지 못했다.
“그럼 이번에는 좀 선명한 걸로 내 볼게. 세상에서 가장 야한 닭은 뭘까?”
누군가는 야닭이라 했고, 성훈은 영계라고 답했다. 성훈은 정고은과 기역자 위치의 상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다 틀렸어. 정고은 또 맞혀볼래?"
정고은이 자신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홀딱?”
“뭐가 홀딱이야. 아, 아. 홀, 닭.”
“그 발음 묘할세. 너 여학생들 데리고 그런 거 절대로 하지 마라.”
남자들이 박수를 치며 낄낄거렸다. 예주는 숫기가 없어 보였던 정고은이 남자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게 신기해서 자기도 모르게 힐끔거렸다.
“야, 결혼을 안 해서 그러냐. 얼라를 안 낳아서 그러냐.”
“그게 왜?”
“신경 세포가 아주 팔딱팔딱 살았다 이거지. 쟤가 만날 장학금 받고 그랬잖아. 남자 여럿 찜 쪄 먹었던 거 기억들 나지?”
홍준기였다. 저 남자는 말 한마디를 해도 어쩌면 저렇게 무례하게 할까. 정고은이 홍준기에게 이기죽거렸다.
“야, 홍! 야홍! 너 애정 결핍 있냐. 야옹이 길러봐. 좀 전에 한 말 요즘 미투에 걸리는 거 몰라? 중국에서 살다 오니 감이 없니? 아님 미투를 처음 들었을지도 모르겠네. 나이를 먹어도 성장이 안 되는 생명체가 있긴 있구나. 네가 좀 전에 한 말은 예주 씨한테도 나한테도 아주 무례한 거였어.”
그날 정고은이 한 말 가운데 가장 길었다. 좌우에서 홍준기를 퍽퍽 때리며 웃었고, 홍준기는 술을 급하게 들이켠 뒤 울먹거리는 과장된 연기 톤으로 말했다.
“그래, 정고은 고맙다. 내 성장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 줘서. 울 엄마도 돈 버느라 외면한 자식 교육에 네가 그런 충고를 해 주니 엄청 감동이다. 나 애정결핍 맞아. 그러니 네가 날 좀 어떻게…….”
홍준기가 정고은에게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벌렸고, 정고은은 먹태 몇 조각을 홍준기의 얼굴로 던졌다. 모두가 왁자하게 웃었다.
예주는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기가 늘 부자연스러웠다. 딱히 이유가 될 만한 사건은 없었다. 대학교까지 여학교를 다닌 데다 직장도 여자가 90퍼센트인 곳에서 생활해일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보면 성훈과 연애를 한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예주가 과일 접시를 내 가자 사람들이 동석하자고 했다. 예주는 음식 간을 보느라 먹어서 그런지 뱃속이 딱딱하고 더부룩하더니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 변비 때문에 오래 앉아있다가 일어나는 순간 유리창에 금 간 것처럼 질색할 정도의 허리 통증이 느껴졌다. 예주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눈물이 찔끔 흘렀다. 성훈을 부르려고 했지만 여간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거실까지 들리지 않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성훈의 옆자리에 가서 앉고 싶었지만 가지 않았다. 어차피 대화에 끼자니 그들이 나누는 과거의 기억과 속도를 따르지 못할 것 같았다. 성훈과는 눈빛으로 몇 번 마주쳤지만 예주를 정식으로 부르지 않는 성훈에게 서운할 뿐이었다. 성훈은 집들이 기간 내내 그랬다. 그러면서도 예주는 성훈의 목소리를 놓칠까 귀를 쫑긋했다. 문득 민재를 괜히 보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늘 ‘엄마, 같이 앉아’라며 예주를 챙겼다. 민재에게 전화를 걸까 했다가 열두 시가 넘은 걸 보고 관두었다. 아직 잠자지 않고 놀 시간이지만 남의 집에 가 있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기엔 늦었다. 한참 뒤 예주는 벽을 짚고 침대로 가 이불을 목까지 올려 덮었다. 한기가 사라지지 않고 발등과 발뒤꿈치가 못 견디게 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