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리뷰 - 단편 <누가> 황정은

황정은, <이효석문학수상작품집>, 문학의 숲, 2014)

by 창창한 날들


서로를 증오하라고, 도대체 누가


두 달 동안 그녀의 몸엔 특별한 증상도 없이 미열이 이어졌다. 그녀는 그게 소음들 때문이라고 믿었고 공기관에 민원도 넣어 보았는데 그때뿐이었다.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그때 자신이 계급적 인간이라는 것을, 자신이 속한 계급이라는 걸 알았다. 이런 거였구나. 이웃의 취향으로부터 차단될 방법이 없다는 거. 계급이란 이런 거였고 나는 이런 계급이었어.

“니들은 다를 줄 알지? 다른 줄 알고 다를 것 같지? 그런데 니들하고 나하고는 다른 게 없지. 완전 같지. 서로가 서로에게 고객이면서, 시달리면서, 백 퍼센트의 고객으로는 평생 살아보지도 못하고 어? 나는 이게 다 무서워서 불쾌한데 니들은 이게 장난이고 나만 미쳤고 내가 우습지?”

- <누가> 황정은,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품집 수록


순천 대학원에서 소설창작 강의를 듣느라 1년 동안 원룸 생활 한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좀 멀고 후미진 곳, 4층짜리 물의 3층이었다.


며칠 째 4층에서 소음이 들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세 시 겁도 없이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남자 대학생들이 문을 열고 공하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 학생들이 선량한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내려와서 자리에 누웠는데 30분쯤 뒤부터 소음이 이어졌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네댓 명 대학생들의 웃음소리, 뭔가 굴리는 소리, 쿵 떨어지는 소리, 온갖 소리 때문에 매일이 지옥이었다.


나는 아무런 개선도 하지 못한 채 내가 갖고 있는 모든 던질 수 있는 것들을 천장을 향해 던지며 울었다. 울부짖었다. 층의 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울면서 생각했다. 우린 소리를 차단하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왜 서로를 증오하고 있는 것이냐.

얼마 후 황정은의 '누가'를 읽게 됐다.


작가의 작품들 늦가을 들처럼 처연하다. 선량해 보이지만 상대에게 악한 존재가 돼 버리는 인물들 탓일 텐데, 작가는 그것을 한 사람의 악의 때문이라 보지 않고, 대한 사회 조 문제로 잡아낸다. 권이라 할 만한 '누가'의 마지막 문장을 꼭 읽어보시길.



* 황정은

<누가>를 2013년에 발표하였고 이듬해 같은 작품으로 제15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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