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리뷰 - 단편 <저주토끼> 정보라

<<저주토끼>>, 레빗홀, 2023.

by 창창한 날들


저주 용품이 필요치 않은 현실을 꿈꾼다


개인적인 용도로 저주 용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가업으로 만든 물건을 개인적인 저주에 사용해서도 안 된다. 대대로 저주 용품을 만드는 우리 집안의 불문율이다. 토끼는 한 번의 예외였다. (P. 10)


그 한 번의 예외던 <저주토끼>는 친구의 복수를 대신하기 위해 들어졌다. 성장기에 유일하게 자신을 믿고 우정을 나눠준 선량한 친구를 아무 이유 없이 죽게 만든 악한 이를 응징하기 위해서.


이 소설은 저주토끼의 가공할 파괴력으로 저주가 확산되는 과정이 그려져 섬뜩하고 기괴하다. 귀여움의 상징인 토끼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이 더욱 큰 충격을 준다.

이쁘고 귀여운 존재를 무조건 믿으려 하는 인간들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었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끔찍하고 비참한 곳이 되어가고 있으며, 그 덕에 사업은 호황이다. (P.37)


우리는 상처받고 짓밟힌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러나 상처받고 짓밟힌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세계를 만드는 데 내가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다.


작가는 재미로 읽어달라고 했지만, 잔상이 많이 남는다. 이 소설에서 저주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단 1퍼센트도 잘못이 없는 사람이 있었을.

이 글을 읽는 나는? 우리는?


꽤 가독성 좋은 소설이어서 리뷰 작품으로 잡았는데 이 짧은 글을 쓰는 데 며칠 걸렸다.

상대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껌 질겅거리며 덤볐다가 호되게 때려 맞은 기분이랄까.

아마도, 나는 죄가 없는데! 하며 버티고 싶어서였을지도...




<저주토끼> 첫 페이지





* 정보라

<저주토끼>는 2004년 쓰레기 만두 파동 사건에서 작가가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 한다.

작가는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 출판사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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