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리뷰 - 단편 <이모> 권여선

<<안녕, 주정뱅이>> 중 <이모> 권여선, 창비, 2016.

by 창창한 날들


고모네 집에서 이모 이야기 읽기


단편 <이모>는 가족이라는 굴레에 휘어잡힐 것 같은 위기의식이 느껴질 때, 고독함과 죽음에 대해 좀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낄 때 새삼 꺼내읽는 작품이다. 고모네서 꺼내 읽은 이모 이야기.


이 소설의 서술자는 췌장암에 걸린 시이모의 '조카며느리'이자 '글 쓰는 사람'이다. 이모가 눈을 감을 때까지 매주 한 번씩 만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그녀가 있어 이모에게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내 가난에 익숙하고, 그게 싫지 않다. 우리 서로 만나는 동안만은 공평하고 정직해지도록 하자. 나는 네가 글을 쓴다는 것도 좋지만 내 피붙이가 아니라는 게 더 좋다. 피붙이라면 완전히 공평하고 정직해지기는 어렵지." - 이모의 말 P. 86


작가가 혈육이 아닌 여성을, 서술자로 세워서 좋았다.

'이모'가 죽기 전까지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설정도 좋았다. 이모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넓고 깊고 근사한, 도서관에서 한 방향에서부터 책을 고르지 않고 순서대로 읽는데, 아무 편견 없이 책을 쓴 이들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도 내가, 성가시고 귀찮다고, 누굴 죽이지 않은 게 어디냐? 그냥 좀 지진 거야. 손바닥이라 금세 아물었지. 그게 나를 살게 한 거고. 그런데 그게 뭘까... 나를 살게 한... 그 고약한 게..." - 이모의 말 P. 106


이모는 젊은 날, 자기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손바닥에 담뱃불을 지진 경험이 있다. 잊고 지내다가 문득 떠올리고는 서술자에게 자신의 미숙함과 독선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자신이 피붙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평생 피해만 입었다는 자의식을 갖고 살아왔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이후 이모는 남은 생을 정직하게 자신만을 위해(남 핑계 대지 말고) 살자고 다짐한다.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책 읽기, 일요일 저녁에 술 마시기, 조카며느리와 대화하기 등 최소한의 루틴만으로.


고모네 집에서 '이모'를 꺼내 읽으며, 나 역식 조금 더 정직해지자고, 나뿐 아니라 타인에게 조금 더 정직하게 나빠지자고 다짐했는데...

괜찮을까.(소심한 자문)

그래, 괜찮아. 내가 착하면 얼마나 착하다고.




* 권여선

본명은 권희선.

소설집 『처녀치마』 『분홍 리본의 시절』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비자나무 숲』 『안녕 주정뱅이』 『아직 멀었다는 말』, 장편소설 『레가토』 『토우의 집 』 『레몬』, 산문집 『오늘 뭐 먹지?』가 있다.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에서 술과 술자리를 잘 묘사한다. 애주가인 작가가, 술이란 하도 자연스러운 것이라 안 쓸 수가 없다고 밝힌 적도 있다. - 출처 나무위키,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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