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문학동네. 2001. 6.)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빈민가에, 신정(神政) 국가에, 혹은 옆 건물에 사는 여성들의 착취가 모두 끝날 때까지 자신이 투쟁할 것임을 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영원히 투쟁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에르노의 말>(아니 에르노/로즈마리 라그라브 저. 윤진 역. 마음산책) 62쪽
가끔, 이러한 열정을 누리는 일은 한 권의 책을 써내는 것과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필요성, 세세한 것까지 정성을 다한다는 점이 그랬다. 그리고 몇 달에 걸쳐서 글을 완성한 후에는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 열정이 끝까지 다하고 나면--'다하다'라는 표현에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겠다.--죽게 되더라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단순한 열정> 20쪽
그 사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이전에 즐기던 독서나 외출 따위의 모든 활동을 자제했다. 나는 완벽한 한가로움을 갈망했다. 나는 상사가 요구하는 시간 외 근무를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히 거절했다. 내 열정이 불러일으키는 느낌과 상상의 이야기에 자유롭게 전념하지 못하도록 나를 방해하는 것들에 맞설 권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단순한 열정> 35쪽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단순한 열정> 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