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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Jan 21. 2022

십이월은,

'한숨' - 샤이니 종현을 기억하며





얼마 전 싱어게인 2에서 33호 가수가 허스키 보이스로 '한숨'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종현(김종현)이 작사, 작곡하였고, 2016년에 이하이가 불렀다.

이 노래를 수많은 이들이 커버했다. 박장현, 한동근, 정승환, 이수현, 윤민수, 폴 킴, 이석훈과 규현 등.


숨을 크게 쉬어봐요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숨을 더 뱉어봐요
당신의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https://youtu.be/5iSlfF8TQ9k


LEE HI - '한숨 (BREATHE)' M/V

*TVcast로 보기 : http://tvcast.naver.com/v/779433Download on iTunes @ http://smarturl.it/LEEHI_SEOULITE_HALF Available on Spotify @ http://sptfy.com/LEEHI_SEOUL...

www.youtube.com      



2017년은 내게 슬픔과 기쁨이 한꺼번에 온 해였다.

엄마가 암 선고받은 지 단 두 달 만인 2월에 고인이 되셨는데, 슬퍼할 새 없이 3월에 오랫동안 소망하던 대학원에 합격해 캠퍼스를 밟게 됐다. 기숙사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중앙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다가 캠퍼스를 휘돌아 강의실까지 올라가던 길이 선하다.  

학기 중에 엄마를 떠올릴 때마다 아무 데서고 질질 짰다. 강의 시간에도 어떤 포인트에서 눈물이 쏟아져 화장실로 뛰어간 적도 있다. 산책하며 울고, 소설 읽다 울고, 음악 들으며 울었다.  
그래도 전남 순천까지 왔다 갔다 하며 공부하랴 학원일 하랴, 소설 쓰랴, 리포트 쓰랴,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랴 정신없이 보낸 덕에 눈 깜짝할 사이에 두 학기가 지나갔다.


12월 초에 기숙사에서 짐을 빼 집으로 돌아오자 무력감과 슬픔에 휩싸였다.

기억이 소환된 것이다. 건강하던 엄마가 갑작스레 말기암이라는 선고를 받은 5일이 오고 있었다.

남편은 엄마 이야기 나올 때마다 우는 나한테 누구나 죽는다는 말로 1년이 됐으니 그만 슬퍼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했다.

나는 학원의 겨울방학 특강에 전념하며 담담한 척하며 지내야 했다.

1년 동안 갈무리한 소설을 응모했는데 영 마뜩잖아서 불안하고 1년 동안 수확한 게 고작 그거라니, 내가 한심했다.

그렇게 슬픔을 감춘 채 분주하며 무력하게 보내던 18일에 종현의 소식을 들었다.

연예인의 죽음은 나와 큰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강렬하다. 배우 최진실의 죽음이 그러했듯.(그때 고3 학생의 수능 대비를 하다가 그 소식을 듣고 둘이 함께 울었던 기억도 선하다. 그 아이는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울었고,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엘리트로 바삐 달려온 그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아버지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어릴 적 기억이 소중하구나 느끼기도 했다.)

12월의 악몽으로 남편과 최종 이혼을 한 12월 23일이 덧붙어 버렸다.

아무튼 12월은 그냥 슬프다. 마지막 잎새를 연상하듯, 나도 이번 해를 잘 넘기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통증이 가슴 한편에 콕 박혀 있다.




샤이니는 당시에 아이돌을 몰랐던 나도 알 정도로 잘 나가는 SM의 메이저 보이그룹이었는데, 메인보컬 종현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종현 관련 기사와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종현이 작사, 작곡에도 능력자라는 걸 알게 됐다. 원래도 작곡가가 꿈이었다는 그는 샤이니의 여러 곡의 작사, 작곡에도 참여하였다고 한다.

종현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안타깝고 미안할 정도로 그는 멋진 청년이었다.

(그 이후 몇 아이돌 그룹과 방탄소년단을 유심히 보게 됐다. 어쩌면 종현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았겠다. 아이돌이라는 정체성과 그들의 열정, 고민, 고통에 관심을 갖게 됐다.)

종현은 2017년 7월에 솔로 공연을 하는 무대에서 이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그런 그가 그해 12월 18일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아이돌 활동을 한 지 10년 만이었고, 꿈에 그리던 첫 솔로 공연을 한 지 반년도 안 됐을 때였다.
우울증이 깊었고, 남몰래 치료도 받고 있었다는데, 그 시기를 극복할 힘이 없었던 것 같다. 친구에게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 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가 평안하게 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종현이 작사, 작곡한 '한숨'은 그의 독백이다.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낸, 무력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의 독백.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마치 상처가 곪으면 후벼 파고 후벼 파며 아프면서도 피를 보고야 마는 것처럼 반복해 들었다.

아프지만, 큰 위로도 주었다. 몇 차례 울면 정화가 일어났으니까.

 



이젠 엄마를 떠올릴 때마다 울지는 않는다.

하지만 12월은 다른 의미가 덧대어져 슬프고, 3월엔 가까운 이들이 세상을 떠난 날이 있고, 4월엔 세월호의 아픔이 되새겨졌다. 따지고 보면 아픈 날이 없는 계절이 없다.

그럼에도 기쁜 일들로 채우며 살아가겠지.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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