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 레이먼드 카버
그녀는 자신과 같은 종류의 기다림이라는 상황에 처한 이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도 두려웠고, 그들도 두려웠다. 다들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그녀는 그 사고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다. 스코티가 어떤 아이였는지 그들에게 더 얘기하고, 또 사고가 월요일, 그러니까 그애의 생일에 일어났다는 것을, 그런데 그애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110쪽
"여기 좀 앉아 주시오." 그는 가게 앞쪽으로 가더니 작은 철제의자 두 개를 들고 왔다. "두 분 다 여기 좀 앉으시오."
앤은 눈가의 눈물을 닦고 빵집 주인을 바라봤다.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요." (중략)
"내게는 아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 당신들의 심정에 대해서는 간신히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라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미안하다는 것뿐이라오.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빵집 주인은 말했다. "나는 못된 사람이 아니오.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전화로 못된 짓 하는 사람은 아니라오." 126쪽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빵집 주인이 말했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땐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그가 말했다.
"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오. 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그들은 롤빵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앤은 갑자기 허기를 느꼈는데, 그 롤빵은 따뜻하고 달콤했다.
그녀는 롤빵을 세 개나 먹어 빵집 주인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경 써서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지치고 비통했으나, 빵집 주인이 하고 싶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빵집 주인의 외로움에 대해서, 중년을 지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의심과 한계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들에게 그런 시절을 아이 없이 보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말했다. 매일 오븐을 가득 채웠다가 다시 비워내는 일을 반복하면서 보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127쪽
그는 반드시 필요한 일을 했다. 그는 빵집 주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꽃장수가 아니라 좋았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만드는 게 더 좋았다. 언제라도 빵 냄새는 꽃향기보다 더 좋았다. (중략)
그들은 검은 빵을 삼켰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 있는데, 그 빛이 마치 햇빛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128쪽
카버는 인간이라고 하는 이 'small thing'의 중간에 'good'이라는 단어를 끼워 넣는다. 그러자 이 'small thing'은 'something', 즉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뭔가가 된다. 레이먼드 카버는 이 순간, 자신이 글로 쓸 수는 없지만 거기에 뭔가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리라. 작가는 자신이 쓸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역설적으로 자신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그 순간 언어로는 전달 불가능한 뭔가가 불꽃처럼 다른 사람에게 옮겨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