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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교수의 책 독후감

by 최창근

부동산 얘기만 너무 하다 보니 정작 우리네 삶의 전부가 부동산인 것처럼 비칠 때가 있는 거 같아, 오늘은 사는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결국 “잘” 살고자, 살고픈, 살아야 하는 목표를 향해 가다가 의미 있는 마무리로 끝내야 하는 삶의 시스템이 아닐까 합니다. 이 시스템 속에는 내가 “주”이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모님도, 배우자도, 자식들도, 친구들도, 이웃들도 함께 합니다. 이들 과의 지속적인 연관을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부를 축척하고,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어쩌면 무형의 행복을 가시화하고 싶은 인간의 서툰 욕망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행복을 누군가에게 아니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도 부단히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인생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위의 제목을 갖은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이기도 한 정재찬 작가가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시의 강의”란 부제목으로 글을 썼습니다. 내 주위의 삶과 사람들과의 인연이 만들어내는 인생의 굴곡들이 궁극적으로 “행복”이란 단어로 종결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글이며, 그런 시의 모음입니다.


부모에 대한 이야기,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희로애락의 감정이 가슴속 저 멀리서 송골송골 올라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끝도 없는 죄송함과 그리움, 짝사랑 딸내미의 성장과정, 함께 늙어가는 배우자 그리고 친구들 이웃들.. 돌이켜 보면 삶도 인생도 그리 나쁘지만은, 아니 나름 행복한 나날들이었다고 추억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 이 책의 내용을 주인공 애순이와 그 가족들이 이야기로 드라마로 재현한 것이 아닌가 싶어, 책을 읽을 때와 같은 뭉클함과 조용한 환희를 느꼈습니다. 드라마 곳곳에 마음을 울리는 마치 아마추어 시인이 쓴 거 같은 순수한 시들이 알쏭달쏭한 제주도 방언으로 들려져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열어젖히곤 했습니다.


부동산 칼럼을 쓰고 경제 이야기를 하며 돈 버는 방법을 연구하면서도, 정작 이 일이 우리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자주 잊곤 합니다. 가끔은 나 자신과 고객님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집을 사고 파시는 지요? 부동산이 무엇을 우리에게 줄까요?” 눈으로 보이지 않은 행복을 확인하고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건 아닌지, 그게 진정한 행복일지, 꼭 보이는 것만이 확실한 것이라고 믿는 건 아닌지… 이 책과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을 훈계하거나 공감을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가끔씩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고 그 삶 속에 있었던, 틀림없이 있었던 소소한 행복들을 다시금 상기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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