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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Jan 09. 2019

내 친구 기원이에게

나비효과 - 신승훈


내일 일을 지금 알 수 있다면

후회 없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

널 보낸 그 때도 알았었더라면

리모콘을 들고 티비를 보다

드라마가 슬퍼 끄고 말았어

아무것도 없는 화면을 보다

사랑도 이렇게 꺼진 걸 알았어

아무것도 없는 화면을 보다

사랑도 이렇게 꺼진 걸 알았어

난 살아있고 싶어서

너와 함께 있고 싶어서

너무 많은 나를 버리고 왔다

난 이제 내가 없다고

니가 다 가졌다고

화를 내고 싶지만 니가 없다

바보 같은 사랑을 했지

하지만 사랑은 바보 같은 것

전부를 주고도

항상 미안해하고

매일 아쉬워하며

마지막엔 결국 혼자 남는 일

내가 지금 지금 알고 있는 것

너를 보낸 후에 알게 됐던 것

널 보내기 전에

모두 알았더라면

미리 알았더라면

우린 지금 혹시 차 한 잔을 같이했을까


- 나비효과, 신승훈 [radio wave] 4번 트랙



기원아 그곳은 어떠니.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경주로 함께 놀러가던 차 안이 생각난다. 그게 어느덧 10년 전이네. 그때 차에서 우연히 이 노래가 나왔고, 내가 흥얼거리니 넌 이 노래를 아냐면서 참 반가워했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항상 익살스러운 표정과 장난과 농담으로 우리들을 웃겼던 너가 우리들 곁을 떠나갔다라는 게 아직도 잘 믿기지는 않아. 8년 전에 너 장례식장에서 많이 울었다. 매번 친구들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부모님 장례식장만 가보았지, 친구 장례식장은 처음이었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너가 누워있는 곳으로 갔을 때, 온 몸이 붕대로 말아져있던 너를 보면서 각자 말을 건넸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 근데 아무런 말없이 넌 누워있고, 무언가 참 차갑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때 처음 가까이서 본 죽음은 차가움이었어. 넌 참 따스했는데 말이야.


내가 다시 수능을 준비한다고, 공익근무가 끝나고 동네 독서실을 다닐 때마다 내 작은 위안은 너에게 걸려오는 전화였어. 잘 나가는 축구선수가 다시 수능준비하는, 변변치 않은 나에게 넌 항상 먼저 전화를 줬었지. 그게 참 미안하더라. 근데 아직도 난 먼저 전화를 잘 안하는 편이야. 이상하게도, 누군가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게 익숙하지가 않고, 민망하더라고. 그때 우리 대화 나눴던거 기억나니. 각자의 꿈을 말했지. 넌 축구선수로 성공하고, 난 인 서울해서 좋은 대학, 좋은 경영학과를 가서 좋은 CEO가 되겠다고 말이야. 하지만 난 그 꿈을 이루지 못했어. 일단 그 반수부터 실패했어. 다시 다니던 학교에 복학을 했지. 그리고 한동안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기업가'라는 꿈을 가지고 내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지만 세상의 벽은 참 높더라고. 그렇다고 좌절에만 빠져있었던 건 아냐. 여러 경험들과 만남을 하다보니,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발견했고, 지금은 그 분야에서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신나. 요즘 너무 좋아. 근데 너무 힘들기도 해. 행복하지만 너무 힘든 상황이야. 만약 너가 이 세상에 있다면, 인제대 근처 이오땡에서 맥주한잔하면서 수다를 밤새 떨고 싶구나. 우리들의 하루는 어떤지, 어떤 생각들을 자주하고, 올해 계획은 무엇인지, 그런게 아니더라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과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면서. 그리고 끝나지 않은, 누가 더 얼굴이 길고 큰가하면서 셀카를 찍으면서 놀고 말이야.


4학년 1학기 때 지윤이랑 놀았던 그 순간들이 참 좋았어. 삼총사였지. 설마 지윤이를 까먹은건 아니겠지? 이상한 표정을 잘 짓고, 이상한 행동도 잘했던 지윤이. 기억나? 걔 집에서 야구방망이 들고와서 교실에서 야구방망이 휘두르다가 앉아있던 친구머리 갈겼잖아. 우린 엄청 놀랬었지. 그리고 지윤이는 통곡하면서 울고 말이야. 그때 우리가 괜찮다면서 울지말라고 했더니, 지윤이는 엄마한테 난 죽었다하면서 더 통곡했지. 그 상황이 진짜 웃겼어. 같이 축구도 하고, 같은 반 친구들끼리 이불 덮어놓고 전기놀이도 하고, 진실게임도 하고 그랬지. 그리고 축구한다고 유명한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 간 네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6학년 때 다시 돌아왔을 때도 참 좋았어. 짧았지만, 오랜만에 함께 축구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함께여서 즐거웠어.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너한테 먼저 다가갔던 적이 잘 없는 거 같아. 항상 먼저 전화주고, 이야기를 건네고, 장난을 쳤었지. 미안하다. 그리고 보고싶다 친구야... "다른 건 다 참겠는데, 보고 싶은 건 못 참겠어요"라고 말하던 어머니의 말을 TV에서 듣고 나도 같이 울었어.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지금에서야 고백할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 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갈 수 있었지만 가지 않았어. 왜인줄 알아? 그때 한창 열심히 활동하던 동아리가 있었는데, 그 동아리의 총 MT날 이었던 거야. 전국의 여러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느냐, 아니면 너 장례식장을 당장 가느냐 고민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 이런 걸로 고민을 하다니 생각하며 스스로가 한심스러우면서도, 그 MT가 너무너무 가고 싶은거야. 그때 결국 어떤 결론을 냈는 줄 아니? 장례식은 3일이니까 둘째날이나 셋째날에 가면 되겠다 하면서 MT를 갔었어. 내가 끔찍하지 않니? 미친 놈이지. 친구가 세상을 떠났는데, 난 전국에서 모인 나와 비슷한 또래들과 술을 먹으면서, 놀고, 먹고, 술게임하면서 있었어. 미안하다 정말. 넌 나한테 그렇게나 잘해줬는데, 난 마지막까지 너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 노래를 들을 때만 너 생각해서.


누구보다도 자신만의 길을 잘 걸어갔던 기원아,

어른스러우면서도, 아이같은 내 친구 기원아,

오늘따라 유독 보고싶다.

미안한 게 너한테 너무 많다. 미안하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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