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겁을 냈다

송민호-겁

by 범준쌤

나에게 위안을 주는, 위로해주는 음악과 책을 읽을 때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거나, 일상에서의 버거움과 힘듬을 겪을 때면 다시 겁쟁이가 되곤 했다. 솔직함과 진정성을 가지고 강의를 하고 싶었지만, 피곤한 날에는 그저 앵무새처럼 했던 이야기를 하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강의를 한적도 많았다. 겁쟁이인 자신을 알고 인정했지만, 겁쟁이인 나의 모습보다는 호랑이기운으로 타인에게 비칠 때 스스로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걸 느꼈기에 아직도 나는 거짓말을 종종 하곤 했다. 더 영리해졌다. 진실을 조금 넣고, 거짓말을 하면 더 그럴싸한 거짓말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2016년 봄과 여름의 사이, 나는 그런 거짓말에 능숙해져 있었다. 솔직해 보이려고 하는, 또 하나의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솔직함 뒤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있으면서도, 내가 견딜 수 있는 솔직함을 고백하고, 모든 걸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걸 즐겼던 것 같다.


하지만 혼자가 되었을 때, 여전히 불안하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타인과 있을 때 왠지 모를 불편함, 이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고 있지는 않나, 어떤 이야기를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자의식이 나를 옥죄고 있었다.


전국 이야기 대회인 골든마이크 시즌5를 지원했고, 운이 좋게도 TOP10에 들었다. 나의 이야기 주제는 '발표겁쟁이, 호랑이기운이 되다'였다. 발표를 겁내 했던 겁쟁이가, 사람들 시선을 많이 신경 쓰고, 관계에서 회피했었던 내가 어떻게 인싸가 되고 전국 스피치 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결을 알려주는 이야기였다. 진심과 진정성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채 그저 호랑이기운 인척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진실이 섞인 거짓은 사람들이 쉽게 별하지 못한다. 그랬기에, 나는 청중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이끌어냈고 동상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 상을 받고 나서 크게 기쁘지 않았다. 금상을 탔어도 기쁘지 않았을 거다. 아직도 나는 겁쟁이인데, 마치 완전히 극복한 척, 호랑이기운 인척 이야기를 했기에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했다.




eh 아무것도 보기 싫었을 때

억지로 눈을 부릅뜬 건

그냥 겁나서

덜컥 겁이 나서 그래 eh o

아무 말도 하기 싫었을 때

일부러 목소릴 높인 건

There is no other reason

겁이 나 난 겁이 나

자꾸 겁이 나

(...)


-겁-MINO(송민호), 쇼미더머니4 Episode5 1번 트랙



겁이 나서, 그 겁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무대로 나섰지만, 그 무대 역시나 내게 익숙한 곳이었다. 용기를 냈지만, 용기 있게 내가 현재 느끼고 있는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내지 못했다. 호랑이기운이 겁쟁이가 된 이야기를 했다면, 스스로에게 더 당당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아직 극복하지 못한 감정과 사건을 쉽사리 이야기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요즘도 불안하고, 두려울 때가 있다. 사소하게는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걸지, 해나 갈지부터 1인 기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내고 나만의 콘텐츠로 여러 일들을 해나가는 것 등 아직도 내겐 많은 두려움이 있다. 그 시절 나는 겁을 냈고, 지금도 여전히 겁이 난다. 그래서 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아직 스피치 대회든, 이야기 대회든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여전히 겁이 나고, 여전히 괜찮지 않은 현재를 고백하는, 과거의 방황과 찌질함을 고백하는, 그런 솔직한 이야기를 골든마이크에서 다시 해보고 싶다. 이야기와 삶이 일치하는, 강연과 일상이 일치하는 그런 사람을 꿈꾼다.

이전 02화절룩거리는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