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愛之)가 오지(惡之)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분에 맞게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라는 노자의 말처럼 사람의 욕심과 욕망을 속도를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건강과 행복을 빌면서 좋아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불행을 바라는 증오의 감정은 인간이 가진 보편성입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닙니다. 내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사랑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입니다. 사랑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지는 것은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나 서로의 합의가 아닌 자신이 정해놓은 것이기에 서로의 일치점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야 한다' 혹은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는 말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 만든 이미 정해놓은 답입니다.
사랑을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느껴지는 이유로 연인은 각자 합의하지 않은 이별을 준비합니다. 이것은 상대가 나를 사랑하면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만드는 비극입니다. 내 생각처럼 그에게 하면 그 그 사람이 행복해하며 고마워할 거라 믿는 것은 상대를 자신과 같다고 단정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랑을 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하면서 마음이 커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를 생각해서 하는 나의 행동이 상대도 원할 것이며 행복할 것이라고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것은 서로의 건강한 관계의 선을 무너뜨리는 행위일 뿐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과 '서로가 사랑하는 것'이 동일하다고 여깁니다. 잘못된 생각과 감정이 정의한 사랑은 아주 주관적이며 독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상황과 성향 그리고 삶의 목표가 다릅니다. 그러니 나누는 감정의 크기와 농도도 다른 것이 당연합니다. 흔히 연인은 사랑을 우선순위에 놓습니다.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 둥둥 떠 있던 부푼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무게가 생겨 둘 사이에 한가운데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며 서로의 마음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별을 예감한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이미 사랑으로 깊어진 관계에서 필요하는 것은 사랑하니 지켜야 할 특별한 예의인 것이지 수시로 표현만 하는 나약한 사랑이 아닙니다. 성숙하고 건강한 연인 간의 사랑은 각자의 삶에 필요한 것에 대한 집중을 인정해 주고 정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에너지를 잘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관계가 되면 사랑했던 서로의 마음이 미움과 증오로 바뀌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애지'가 '오지'가 되는 순간입니다. 서로 어디서든 누굴 만나든 자랑하고 사랑하고 두둔하던 사이가 갑자기 서로 욕하고 미워하면서 외면하는 사이로 변질됩니다. 이는 삶에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여 관계의 뿌리가 뽑히게 됩니다.
사랑을 하면서 힘들고 슬픈 이유는 내 마음처럼 상대가 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부모를 통해 세상에 나왔고 다른 삶을 살아오다 만났습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눈이 맞고 마음이 통했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오랫동안 표현하며 사랑을 줄 수 있을까요? 그 어떤 누구도 자기 자신보다 상대를 우선할 수 없습니다. 서로의 삶 속에 일부가 되어 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사랑하면서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가 모든 것을 주도하려 하면 행복의 크기 보다 실망의 크기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의 일에 상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미리 알리고 기다릴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합니다. 무작정 아무 말 없이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 아닙니다. 엄마 뱃속에서 10달이 지나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아주 구체적인 기대가 있어야 기다릴 수 있는 것처럼 다음을 알고 기다려야 기대가 생깁니다. 뱃속에서 나온 아가가 세상에서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뱃속 탯줄은 끊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끊어야 살 수 있다고 놓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더 좋은 미래와 새로운 관계 형성을 예측한 진정한 사랑입니다.
놓아야 할 순간이 오면 그냥 툭 놓아버리면 됩니다. 놓고 빈손이 되면 다시 그것을 잡을 힘이 생기든 다른 것을 잡게 되든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잡고 있다고 해서 이어질 인연이면 놓아야 할 순간은 죽음일 겁니다. 놓아야 할 순간은 일, 사랑, 삶 모든 것에는 반드시 한 번은 존재합니다. 그 끝이 오면 놓아야 하는 신호가 켜집니다. 그러면 그 신호를 따르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신호를 기다리면 됩니다. 그 기다림이 비록 미련하게 보일지라도 이별 후 놓지 못해 힘들어하는 미련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미련은 괴로움의 시작입니다. 놓지 못해 괴로운 미련마저도 툭 놓아 버려야 또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 제니스의 희망편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