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파도와도 같아요.

밀물되어 만나면 썰물되어 돌아갑니다.

by 제니스


오고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밀물처럼 밀려와 존재감을 알리고 썰물처럼 쓸려 아무 말 없이 사라져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사람의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온 동네 떠나갈 듯 소리 내어 울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이 세상에 태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갖 사랑을 받으며 밀려오는 것을 바쁘게 받고 또 받으며 그렇게 우리는 성장하고 자랐고 나이 들어갑니다.


성장과 자람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갑니다. 어떤 때는 가장 사랑한 사람이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난 이유가 이해되지 않아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매일 빈손으로 들어오신 적 없이 항상 과자봉지를 손에 들고 들어오시며 '지연아~'를 불러주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의미를 알지 못해 병풍 뒤에 누워계신 할아버지를 손으로 만지며 곁에 앉아있던 그때 나는 5살이었지요. 시간이 지나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말하면 엄마는 '할아버지는 저기 하늘에 가셨어'라고 말을 해줄 뿐 그 의미를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병풍 뒤에 누워계셨던 할아버지, 추운 겨울 땅에 묻히셨던 그 차가운 5살 겨울을 기억합니다.


소방관이셨던 작은아버지는 기타를 치며 노래하시는 걸 좋아하셨어요. 어린 나를 곁에 앉혀놓고 "지연이는 예쁜 아이래요. 엄마 말도 참 잘 듣고요. 아빠 말도 참 잘 듣고요. 지연이는 예쁜 아이래요."의 가사로 기타 연주로 매일 불러주셨던 작은아버지를 정말 사랑했어요. 5학년이었던 어느 일요일 아침 일하러 나갔다가 돌아가셨다는 작은아버지의 순직 소식을 듣고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던 이별이 무엇인지 알고 맞이했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2 (31).png 제니스의 희망편지 중

사람과의 이별 중 가장 아픈 이별이 죽음이란 걸 알았던 그날입니다. 항상 곁에서 그 누구보다 사랑해 주고 안아주고 자작곡 노래로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셨던 젊은 나의 작은아버지의 죽음은 아직도 심장이 칼로 베인 듯한 쓰림이 느껴집니다. 31살의 나이로 18개월 아들과 29세의 아내를 남겨두고 소방관의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정말 멋진 나의 사랑이었던 작은아버지의 비보를 들었던 그날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은 나는 살고 상대가 죽은 내가 살아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 썰물 되어 가버린 사람과의 이별입니다. 지금도 부모님, 할머니, 고모, 그리고 작년 크리스마스에 사고 추락사로 하늘의 별이 된 우리 동생 준석이까지 파도처럼 왔다 가버린 나의 사랑들을 생각하니 그들과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를 생각해 봅니다.



병풍 뒤에서 할아버지 곁에 앉아 있던 아이였던 나,

순직 비보에 목놓아 울며 심장의 쓰린 것을 알게 된 나,

'이젠 아프지 말고 빨리 가 엄마.'라고 나 잘 살 수 있다며 빨리 가라고 엄마에게 말하는 나,

'나는 네 아버지가 걱정이고, 고생하는 우리 지연이가 제일 걱정이야.'라며 남겨진 아픈 아빠를 걱정하고 고생하는 나를 걱정하며 눈물로 손잡아 주신 할머니를 안고 펑펑 울었던 나,

'보고 싶으니 애를 데리고 좀 와'라고 했는데 일하느라 아이만 보낸 그날..... 그 말이 마지막일 줄 몰랐는데 나를 보고 싶다고 말하고 돌아가신 울 고모에게 미안한 나.

'내 큰 딸 이젠 울지 마 다 잘될 거야'라고 꺼져가는 목소리로 마음을 주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무말 할 수 없던 나.


그리고 얼마 전 떠난 동생과 나눈 대화를 기억해 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네요.


떠난 이들이 남긴 문자 메시를 보고 싶어도 용기가 나지 않아 볼 수 없는 건 다시 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너무 보고 싶어 지금 내 삶이 무너질까 봐 인 듯합니다.


인생은 이렇게 파도처럼 왔다고 말하고 파도처럼 말없이 가버립니다. 붙잡을 수 없는 오고 가고의 우리 인생이 바로 인연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게 떠날 때 마지막에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살아갑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좋은 인연에겐 기억될 마지막 말을 남기며 많은 고마움을 매일 새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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