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살롱]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어디갔어, 버나뎃>
창고살롱 시즌 4 첫 번째 스토리 살롱에서는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을 함께 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 한창일 때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많은 분들이 함께하지 못한 숨은 진주 같은 영화인데요. 창고살롱 레퍼런서 분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에 정규시즌 스토리 살롱을 처음 준비하는 살롱지기 민지가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레퍼런서분들께는 어떻게 다가갈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고심 끝에 선정 하였답니다.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소설 마리아 셈플의 <Where'd You Go, Bernadett?> 원작 소설에, 비포 시리즈와 보이 후드로 팬층이 두터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눈빛 연기과 내면 연기의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만나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습니다.(참고: 케이트 블란쳇 x 감독 인터뷰 영상)
과거 최연소 맥아더 상을 수상한 건축계의 아이콘이자 천재 건축가였던 버나뎃이 남극 가족 여행을 앞두고 갑자기 화장실에서 사라지면서 그녀 자신과 가족들의 삶의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제목
<어디갔어, 버나뎃>은 진짜 사라진 버나뎃을 찾는 말임과 동시에, 과거의 반짝이던 그 버나넷이 어디에 있는지를 반문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기도 하는데요. 더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반짝이던 리즈 시절의 우리 자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이번 스토리 살롱에서는 줌으로 만나기 전 사전과제로 기억에 남은 장는 장면 혹은 대사를 나눠 봤습니다.
레퍼런서 주리님은 남극여행을 준비하며 버나뎃이 구매한 주머니와 지퍼가 잔뜩 달린 조끼가 기억에 남는다고 해주셨어요. 편집증적인 그녀의 성격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가지고 다닐 것이 늘 많아 잃어버리기 일쑤인 엄마들의 삶을 대변하는 '소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셨답니다.
레퍼런서 고운님과 수진님은 영화 첫 장면, 버나뎃이 카약을 타고 등장하는 장면을 꼽아 주셨어요. 광활한 남극의 대자연 앞에서 딸 비의 나레이션과 함께 뇌의 ‘디스카운트 메커니즘(Discount Mechanisim)’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토록 원하던 목걸이를 갖게 되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아무런 감흥이 없어지는데 뇌는 살아남기 위해서 원래의 것에 익숙해져만 새로운 위협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엄마도 그런 것 같다. 감사함이나 기쁨대신 위험과 생존 신호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삶의 아름다움은 다 잊어버린 것 같았다. 아마 아빠도 엄마의 보석같은 면을 감지하지 못하게 된 거겠지? "
영화 초반의 이 장면이 영화 전반을 함축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도 생존 혹은 부정적인 것만 집중하다 진정 삶의 중요한 부분이나 아름다움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무엇인가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때론 모든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많이 언급 해준 장면이 폴과 버나넷의 관계와 대화 부분 인데요. 레퍼런서 종은님은 폴처럼 옆에서 자극을 주는 친구의 존재가 너무 감사하고, 자기 꿈을 접은 많은 엄마들이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있고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나누어 주셨어요. 정은님도 가족인 남편보다도 자신을 더 잘 알아봐 주고 지지해 주는 저런 친구가 너무 소중하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 너도 그 헛소리를 진심으로 믿진 않잖아. 듣기엔 중요하지만 중요한게 빠졌지. 너 같은 사람은 창작을 해야해! 그렇지 않으면 사회에 위협이 되지. 다시 일 시작해! "
버나뎃의 시애틀에 대한 불만과 지난 20년 세월의 한탄과 푸념을 조용히 들어주다, 버나뎃이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묵직하게 한방 날려주는 폴 젤리네크. 타인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진심어린 충고와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존재. 나에겐 폴 같은 존재가 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폴이였던 적이 있는지 또한 미래에 난 누군가에게 기꺼이 폴이 되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문해 보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하는 또 하나의 화두는 딸 비와 엄마 버나뎃의 관계였습니다. 엄마를 너무나 이해하고 믿어주는 딸 그리고 그 딸 앞에서는 모든 까칠함이 무장해제 되고 감수성 넘치는 자애로운 엄마가 되는 버나뎃. 무엇보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돈독한 모녀 지간을 보며 '비같은 딸 어디있냐' '버나뎃 20년이 모두 보상 받고도 남을만한 딸이다' 등등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 엄마는 가끔 너무 힘들다는 걸 알아줘! "
" 뭐가 힘든데요? "
" 인생의 따분함. 하지만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것들에 감동하지. 좋든 싫든 말이야! "
비오는 날, 밀폐된 차 안 공간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신디로퍼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특히 노래 가사는 딸이 엄마에게 해주는 말인 것 처럼 들리나 버나뎃이 스스로에게 말하는 장면이라 생각하면 그녀의 갑작스런 울음이 더욱 이해가 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If you're lost you can look and you will find me
Time after time
If you fall, I will catch you, I'll be waiting
Time after time
If you're lost, you can look and you will find me
Time after time
If you fall, I will catch you, I will be waiting
Time after time
- 영화 삽입곡 Cyndi Lauper < Time After Time> 중
스토리살롱에서는 소그룹으로 나눠 세 가지 질문에 대해 구조화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기소개는 늘 어려운 법인데요. 영화중에 버나뎃은 자신을 단순한 건축가가 아니라 미적감각이 뛰어난 창의적 문제 해결사라고 대답합니다. 레퍼런서 분들은 자신을 어떻게 정의 내리고 타인에게 소개할 지 궁금했는데요. 형진님은 자신을 물 주는 사람으로, 소네님는 안목높은 관찰자로 그리고 성애님은 무지개를 줍는 사람으로 표현했어요. 또, 자신을 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사랑스럽게 소개한 분도 있었답니다~
관계를 묻는 두 번째 질문에서는 부모, 남편 그리고 아이 등 가족이 많이 등장했는데요. 젤라님은 남편에 대해 오드리처럼 처음에는 안 맞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고마워지는 변화된 관계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눠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지지의 관계에서는 가능성이 있는 레퍼런서분들을 꾹꾹~ 찔러 다시 일하게 독려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돕는 살롱지기 혜영님이 많은 분들에게 '폴'같은 존재가 아닐까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웃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후 글쓰기과제인 가슴뛰는 순간으로 수진님은 계획과 루틴에서 벗어난 낯선 순간을, 은영님은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는 자리와 테니스의 멋진 샷을 날리는 순간을, 종은님은 관심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림책 테라피 같은 소소한 모임들을 언급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생각만 해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가슴뛰게 설레고 행복한 일이 있으신지요? 그것이 업으로 삼는 직업이면 더 없이 좋겠지만 직업이나 일이 아니여도 우리를 설레고 가슴뛰게 만드는 일이 하나라도 있다는 건 넘 행복한 일이고 삶의 기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내내 주인공 버나뎃은 매우 입체적이고 복잡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딸이나 동료 폴과 있을 때는 반짝이는 눈동자에 천진난만함 그리고 하이텐션의 사랑스러운 여인이지만, 낯선 사람과 이웃앞에서는 불친절하고 무기력하며 대단히 방어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안 카펫을 커팅하여 그 밑에 자라고 있는 블루베리 새싹을 조심스럽게 꺼내주는 모습은 그녀를 가장 잘 묘사하는 장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은 단짠단짠의 대사들과 연기력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단순히 경력단절 여성의 자아찾기 스토리나, 82년생 김지영의 부루주아 미국판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시사하는 바와 감동 포인트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의 장르를 코미디로 분류한 것에 동의하지 못하고, 영화 특징에 색다르고 진심 어린 이라는 설명 문구는 매우 동의하는 마음으로 울고 웃으면서 이 영화를 감상하였습니다. 오랜 경력단절 기간동안 많이 무너져도 보았고, '내가 바라던 삶은 이게 아닌데' 라며 아직도 아무것도 되지 못한 저를 자책도 해 보았습니다.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 버렸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저가 창고살롱을 만나면서 다시 뭔가를 시작하고, 도전하고, 즐기게 되었습니다(갑분싸 고백? 광고? ㅎㅎㅎ) 살롱지기 혜영님은 저에게 폴같은 존재(Special thanks to 혜영 ^^) 그리고 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레벨이지만 버나뎃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퍼런서 여러분이 스토리 살롱에서 붙여주신 폴혜영 & 버민지의 애칭은 매우 사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본인이 선택한 혹은 꿈꾸던 삶을 살아가지 못한 결핍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슬퍼할 영화이지만 또한 다시 옷깃을 여미고 용기를 내게 될 영화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디갔어 버나뎃> 스토리 살롱을 진행하면서 창고살롱지기 민지가 누구보다도 제 자신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건네고 싶은 질문은 "반짝이던 나는 어디에?" 입니다. 리즈 시절을 지나온 여러분에게도, 앞으로 가장 반짝이는 리즈 시절을 기다리는 여러분 모두에게도 가장 빛나는 각자의 모습을 잃지 않았음 하는 소망을 전해 드리며 이만 총총~~~ 마무리 할께요! ^^
글/편집: 창고살롱지기 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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