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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하언니 Dec 11. 2022

공무원 합격은 스토리살롱

스토리살롱 그리고 <자기 앞의 생>





공무원합격은 #스토리살롱 (응?)


면접시즌이라 목에 피맛이 돌 정도로 수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요즘은 블라인드 면접이라고 해서 지원자의 출신학교, 성명, 부모 혹은 가족의 지위를 알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언급하지 못해요. 대신 묻는 것들이 문제를 해결한 경험, 갈등을 겪은 경험, 도전했던 경험, 실패했던 경험 등등 죄다 경험을 묻는 질문이에요. 신상정보가 없으니 경험을 듣고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을 하겠다는 거죠. 그런데 요즘 취준생, 공시생들 경험이 다 비슷비슷해요. 코로나 때문에 대외활동이 아예 없고 각자 취업, 시험 준비를 하느라 사람을 안  만나요. 피곤하고 시간 아깝고 돈이 드니까 대화는 톡방에서만 해요. 혼자서 짤방보고 게임하고 넷플보는게 편하고 가성비가 좋다는 거죠.


하루 종일 집과 학원만 왔다갔다 하는 성인들을 붙잡고 리더경험, 갈등해결, 도전사례를 만드려고하니까 서로 환장할 노릇이에요.(제가 소설을 여기서 쓰고 있답니다;) 게다가 제시문 질문에만 익숙하다 보니 확장형 질문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구조화된 답변이 나올 수 없어요. 면접의 핵심은 자신의 경험을 구조화해서 이야기하는 건데 말이죠.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텍스트를 읽고 다양한 주제와 구조화된 대화를 나누며 확장된 질문을 던지는 우리의 #스토리살롱 을요. 이 친구들이 우리처럼 낯선 주제를 탐구하고 긴호흡으로 텍스트를 읽고 질문하는 연습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을 묻고 질문하며, 타인을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하구요 (합격이죠 뭐ㅋㅋㅋ).


<자기 앞의 생> 은 이번 시즌 스토리 살롱의 주제인 #타자 #낯섬 #발견 으로 연결된 마지막 작품이었어요. 첫번째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에서는 다른 언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번역가들의 일상에서 찾아낸 #뜻밖의 삶의 지점들을 살펴보았고, 두번째 <어디갔어 버나뎃>을 통해 #새롭고 #낯선 상황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 했습니다. 이렇게 떠난 우리의 이야기는 마침내 <자기 앞의 생>에 도달하게 되었는데요. 이번 소설을 통해서 삶의 본질적인 부분들, 그러니까 두려움과 고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할 관계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보았습니다.


많은 레퍼런서분들이 밑줄을 긋고 눈물을 닦으며(?) 읽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만큼 주옥 같은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몇 문장을 꼽아 보자면-


로자 아줌마는 꿈이 오래되면 악몽으로 변한다고 했다.(p.78)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p.96)
행복이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p.103)
우리가 결혼해서 뭘 어쩌겠니? 고통을 서로 나눠 가질 수 있잖아요.(p.159)



이 밖에도 가슴을 울리는 장면들이 참 많았는데 나머지는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 놓을 게요.


소그룹 대화를 나누기 전 /책 밖에서 / 책 속으로/ 세션으로 소설과 작가, 소설과 시대가 연결되는 지점들을 찾아 텍스트를 좀 더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보통 로맹가리가 가명으로 쓴 작품으로만 이해를 하시지만, 스토리 객원지기 홍하언니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작품전반에 걸쳐 흐르는 시대적 분위기와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 68혁명과 작가의 어머니 행적에 대해 연결하고 설명했습니다.




구조화된 질문은 다음과 같이 준비했어요. 


1. 이웃들은 인종과 종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모모와 병든 로자 아줌마를 도와줍니다. 이를 생각하며 내가 타인을 위해 마음과 용기를 내거나 행동해본 경험이 있는지 떠올려 볼까요?

2. 모모와 로자 아줌마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깊이 사랑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사랑하고 있나요?

3. 로자아줌마는 삶은, 하밀 할아버지는 기억을 잃는 것을, 모모는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 합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번 소모임에서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1번 질문에 이웃과 지구를 위해 일회용품을 전혀 쓰지 않는다고 레퍼런서 현정님도 계시고, 너무 많은 도움을 요청하는 지인 때문에 고민이신 분도 계셨어요. 2번 질문에서는 사랑하는 남편을 꼽으신 분 뿐만 아니라 어떤 물건이나 상황을 이야기 해주신 분들도 많았어요. 마지막으로 내가 두려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자기 안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을 꺼내 보기도 했습니다. 잃을까봐 두려워 하는 것은 내가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자 내가 열망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프랑스 비숑 거리에 살고 있는 아랍인 모모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사후과제로 이야기를 나눠 봤어요.


무엇을 하기에 한번도 어려본 적 없던 모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롤라 아줌마와 지움 형제, 나딘처럼 좋은 사람들에게 사랑 듬뿍 받길. (레퍼런서 현정님)

현정님처럼 모모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덜 외롭지 않게 살아가길 바라는 분들이 많았어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모모가 소공녀를 도와주는 아랍인 아저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발한 생각을 나눠 주신 분도 계십니다.


모모는 평생 혼자 남는 것을 두려워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시점에 찾아온 혈연을 초월한 타인과의 관계에 도움을 연이어 받아갈 듯 싶어요. 어쩌면 이런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여 어쩌면 다음번에는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타인에게 먼저 손을 내밀게 되는 캐릭터로 진화하지 않을까.. 그래서 키다리 아랍인 아저씨가 되어 소공녀를 도와줄 것 같습니다. (레퍼런서 지영님)


모모와 소공녀가 이렇게 만나다니! 우리 레퍼런서 님들은 창고살롱과 함께 상상력을 무한대로 펼쳐 나가고 계십니다. 이런게 정말 #창고살롱 #스토리살롱 의 매력인거 같아요. 무해한 타자들이 모여 함께 읽고, 보고, 나누며 자신만의 #새로운질문 을 만드는 곳, 검열과 비난의 두려움 없이 자신을 이야기를 안전하게 꺼내며 서로가 #연결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번 스토리살롱의 여운이 더욱 진하게 남습니다. #낯섬 #이방인 #타자 를 주제로 텍스트를 엮고 읽으며 저 뿐만 아니라 겪은 사람과 세계를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혼자서는 연약하고 두렵고 불안한 개인이지만, 우리 함께 깍지를 끼니까 삶을 똑바로 응시하는 시선과 용기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에밀 아자르, <자기앞의생>, 문학동네, p.256)



더 이상 내려갈 곳 이라고는 오직 죽음 밖에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하여 이름을 불러주고 마음을 나눠주는 소설 속에서 저에게 남은 한 문장입니다. 우리가 함께 연결되었던 시간 #스토리 살롱 의 막을 내리면서 내 앞의 생生을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상상해 봅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계속 나눠주고 들려주세요. 소설은 끝나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우리, 또 만나요!





글/편집 : 창고살롱 객원지기 홍하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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