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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May 02. 2021

<무너진 샤워부스2>

갑자기 나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정신 없이 다치신 분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왔다갔다 하는데 침대 위에서 어느 한 분이 몸을 힘겹게 잃으 키시고는 한 마디를 하신다. 다행이었다. 정말 천만 다행이었다.


“오셨어요?”

힘없이 한 마디 하시는데 순간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심정이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여쭈었다.

“괜찮으신거에요?”

“네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요.”

‘아니 그럼 왜 남편분은 대답을 못하시고 할말이 없으신 듯 그렇게 말씀을 하신거지?’

그 분에게 다시 여쭈었다.


“선생님 왜 그렇게 힘없이 말씀을 하신거에요? 저 정말 놀랬잖아요.”

전에 에피소드서도 언급을 했지만 이젠 웬만해선 놀라지 않은데 정말 이번에 오랜만에 놀랬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잠시후 그 분이 입을 열었다.


“너무 놀래서 가지고온 청심환을 먹이고 조금 눞이고 나니 나도 가슴이 철렁 하더군요. 그러고 나선 일행들한테 연락해서 가이드님 전화해보라고 한 후 가이드니 얼굴 보고 나니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나면서 몸에 힘이 빠져서…..”

다행이다. 다시한 번 말하지만 정말 천만 다행이다. 


‘아니 그럼 문이 저 지경인데 정말 저분이 별일이 없으신건가?

다시 한번 화장실의 상황을 보고 안에 계셨던 사모님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그분께 여쭈어 보았다.                                                   


“선생님 정말 괜찮으신 거에요? 정말로여?”

“네 놀라긴 했지만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네요. 그나마 다행이에요”


성격이 점잖은 스타일의 분이었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었다. 정말 큰 일 날 뻔 한 상황이었다. 우선 진정을 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 파악을 하는게 필요했다. 상황을 파악을 하고 손님의 의견을 물어 병원을 갈 것인지 안 갈 것 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우선은 손님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다. (사실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병원에 가서 흔적을 남기는 것이 좋다.)


“이제 좀 진정이 되셨어요?’

“네 조금 진정이 된 듯 해요. 너무 놀랬어요. 북유럽이 엄청 선진국이라 들었는데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기네요. 얼마나 놀랐는지 정말…”

“네 저도 많이 당황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특히 아픈 곳이 어디 있는지 말씀 해보셔요.”

“많이 아픈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여기 상처가 조금 있네요.”   


<그렇게 찰과상을 입은 발을 의사가 정성스레 치료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병원을 한 번 가 보실까요? 병원비는 걱정 마시고 크게 나오지 않는 이상 여행 오시기 전에 보험 회사에 여행자 보험을 들어 놨기 때문에 귀국 후 보험 회사 직원이 연락을 드릴겁니다. 그 때 관련 서류 제출 하시면 되구요. 필요한 서류는 제가 여기서 준비 해 드릴께요”

“그럼 병원 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저도 여기 처음 온 곳이라서 밑에서 확인 좀 해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 그 방을 떠나서 로비로 내려 가는데 다시 한 번 저 정도이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비에 도착을 하고 직원에게 병원 좀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뒤에 병원이 있단다. 

‘아니 이런 행운이. 그럼 무조건 가야 겠네’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내가 영국에서 있던 일이 생각이 났다. 병원비가 무료 이다 보니보험 처리가 문제 였는데 사실 보험 처리 보다는 어마 무시한 영국의 물가 때문에 5분 택시를 이용 했을 뿐인데 거의 3만원 이상의 차비가 나왔던 그날. 하지만 물가 비싸기로 어마 무시한 노르웨이에서 병원이 바로 뒤 에 있다는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얼른 방으로 가서 손님께 말씀을 드리고 부부와 함께 병원으로 이동을 했다.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도 정말 천만 다행이었다. 저렇게 온 문이 다 부서져 내렸는데도 찰과상만 간단히 입었다니.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사진에 보이다 시피 유리문의 재질이 차량과 같은 것이라서 그럴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유럽의 병원이 우리나라 와는 다른 빨리빨리가 되지 않아 이탈리아의 초반 대응이 좋지 않아 대량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도 그 전까지는 유럽의 병원 시스템(무료와 간단한 감기 정도는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조치- 일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기 때문에 아픈 사람은 어떻게든 일을 시키는 우리와는 달리 무조건 쉬게 하는 조치)이 훨씬 낳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로 인해서 유럽의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 만 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이번 일이 아니고 이전에 유럽의 병원 시스템을 경험한 나에게는 병원에 사람이 많은 경우 걱정이 될 것 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오늘 같은 이 동네에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 여기는 흑사병때 동네 사람이 다죽고 8명만 살아 남았다는 뜻의 도시 이름 otta (현재 인구는 만명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도시)그렇다 보니 사람도 거의 없었다. 

지체할 이유가 없다. 또 무슨 이유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신속히 접수를 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아시아계 의사와 금발의 간호사가 치료를 하면서 갑자기 나에게 묻는다.


“이 환자분이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나요?”

“네 여행 오기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고 출발을 했습니다.”

“그럼 병원비를 내고 가셔도 되겠군요.”

‘이건 무슨 소린지?’

“무슨 말씀인지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나요?”

“혹시 보험이 가입되지 않고 온 상태라면 무료로 치료를 해 드리려고 했는데 가입이 되어 있다면 치료비를 지불하고 보험 처리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아 그럼 보험이 가입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무료로 치료를 해 주시나 보죠?”

“네 노르웨이 사람이든 어느 나라 사람이든 돈이 중요 한게 아니고 사람이 중요하니까요.”


그래 그렇다. 사람이 중요한 거지 돈이 중요 한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병원에 가면 어떤가 나도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있다. 바로 

‘수납부터 도와 드릴께요’(이렇게 하고는 수납할 때 도와주는 간호사 한 명도 못봤다. 도와준 다는 의미는 돈 계산 해 드린다는 거지 도와 주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우리 나라 병원들은 돈부터 내고 오라고 하는지 정말 기

분이 나쁘다. 다시 한번 사람이 먼저 인지 돈이 먼저인지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치료는 간단히 끝났지만 여러 서류 수취 문제로 30여분의 시간이 소요 되었고 이 분은 여행 끝까지 큰 문제없이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여행쟁이 의 팁 : 이번 경우는 거리가 가까워서 선뜻 따라 왔지만 가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간단한 찰과상이라고 해도 병원에 안 가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어떤 상황에서 든지 항상 몸에 이상이 있다면 치료를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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