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쿼 속에서 느껴지는 일상의 관념들
가을이란 길목이 느껴지기도전에 정든 서울이란 삶의 터전을 떠나 내 삶에 한번도 밟아보지 않은 땅을 밟으러 전라남도 나주란 곳에 왔다.
황량하다는 말을 많이 썼었지만, 정말이지 황량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란 느낌이든다.
경험하지 않은 곳. 알지 못하는 곳. 그러하기에 설레임과 기대가 한가득 해야할 터인데...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왜일까?
'빛가람 길' 도로명이 참 예쁘다. 멀리 서울에서나 볼 수 있는 고층 사무동들이 눈에 들어온다.
에너지 혁신도시인 전라남도 나주이다.
이곳에는 한국전력을 비롯하여 콘텐츠진흥원, 농촌경제연구원, 전력거래소, 전파진흥원 등 총 27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한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결심과 고민을 새겨본다.
지방자치제도의 본질... 그리고 국가 공공기관의 이전...
국가의 균등한 발전을 이루기위해 세종시에 정부종합청사가 지어지고, 서울에 집중된 공공기관이 일제히 전국으로 흩어졌다. 그로인해 분명 대중교통을 통해 많은 교류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실로 따져보면 엄청난 비용이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아니 궁극적으로 더 참다운 분배가 있는 지방자치제도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지방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필자의 지인의 대부분은 지방이전과 더불어 모두 퇴사를 하고 민간영역으로 혹은 다른 서울에 남은 공공기관으로 이직을 하였다.
이곳에 온지 약 4주가 다 되간다. 그동안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면...글쎄...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밥먹을 시간 기다리고, 보기 싫은 보고서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지난 5개월동안 이를 악물고 뺏던 몸무게가 5kg 가까이 늘었다.
......................
다시금 충격이 몰려온다.
사람이 수평선을 본 사람은 많지만, 지평선을 본 사람들은 흔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보았겠지만, 자주는 보지 못하는 광경일 것이다.
이곳 나주는 지평선까지는 아니지만, 아침마다 아무런 공간에 장애물이 없어서 먼 곳까지 보인다.
7km.... 한국전력 본사로부터 내가 묵고 있는 호텔까지의 거리이다....
그런데...이 7km가 너무 가깝게 잘 보인다.
호텔...한국전력공사...호텔
이렇게 4주를 살고 있다..... 단순하다 못해 지겨운 생각까지 든다.
무엇을 위해서 이곳에 있는지 목적성을 잃어 버리고 있다.
어떤 것을 위해서 숨쉬고 있는지의 자율신경도 잃어 버릴 것 같다.
사람이란... 결국 생각하지 않으면 환경에 매몰되는 것 같다.
10월 17일... 이 날은 내가 퇴사한 날이자...이곳 한국전력 컨설팅을 시작한 날이다.
양면의 시작과 종착점인 날...
그로부터 벌써...프로젝트의 한 꼭지를 마감하는 날이 되었다.
........................................................................................................
언젠가 이문열씨의 '느림'을 앍으며... 내 자신이 너무 빨리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내가 너무 급하게 모든 것을 지나쳐 가치있는 것들을 느끼지 못하고 가는 것은 아닐까??
물론 모든 사물이 여유를 갖고 본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있고, 느껴지는 철학적인 관념들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이란게 도무지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딱 도태되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이 도태되지 않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 밥그릇. 자신의 권력. 자신의 권한. 자신의 영역을 분명히 하며 지킬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섞여 간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불편하다.
이타적인 삶... 다른이의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다운 삶.
우리나라에서도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느껴졌던 향수가 그립니다.
사람다운 냄새가 나는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단순한 삶의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니...이제서야 사람다운 냄새가 그립다.
원초적 자연에 노출되었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가난하여질때 비로서 느껴지는 것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닐까???
일상이란 삶속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비록 아무 의미없이 존재할지라고, 그 아무 의미없는 삶속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자신'이란것을 안다면,
이런 일상가운데, 나의 나됨을 위해 인간다움을 갖춰가며 사람을 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꿈꾸는 사회를 함께 이루기위해 돕고자 한다.
그래서 용기가 난다. 역시 꽃은 색깔은 없지만, 소리내지 않지만, 그 향내에 모여드는 법인 것 같다.
아직 이 나라안에는 사람다운 심정을 가진 자들이 많기에 필자는 필자에게 주어진 길을 당당히 갑니다.
깊어가는 밤을 느끼며
외롭게 홀로 서있는 Mstay Hotel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