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울 땐 아무 책 이나 피고 글자에 눈길을 준다. 무슨 내용일까 기대도 없이 그냥 읽어 내려간다. 내 손길이 닿았던 대로, 내 눈길이 머무는 대로, 머릿 속 생각과 충돌 하지 않게.
기억이 났다.
이 부분 언젠가 읽었던 거 같다. 그랬다.
난 예전에도 분명 이 생각을 하며 그 페이지에 12번째 줄을 읽고 있었다. 지금 처럼.
옛 추억까지 선물 받고, 잠시 그 때를 회상한다.
그 땐, 이 책이 왜 읽고 싶어졌을까?
지금과는 다른 이유 였던 거 같은데. 분명히.
과거에 머무는 내 모습이 습관 처럼 돼버리고,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 한다. 아무래도 안 좋은 상처가 줄줄이 트이고 있나 보다. 얼른 다시 책에 눈을 박는다. 글자들을 읽어 나간다. 조용히.
책 읽을 때면 잠시라도 다른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 참 좋다. 흠뻑 빠져들 때도, 아님 빠지기 싫을 때도.
뻑뻑한 눈과 허리의 고통이 현실로 데려오면,
기분이 참 묘하다. 책 속에서 느꼈던, 힐링이나 행복이나 사랑이나 아님, 괴로움이나 짜증이나 부러움이나 어찌보면 다 내 현실 속에 있는 건데, 난 일부러 다른 세계라며 선을 그어놓은 게 아닐런지. 너무 빠지지도 너무 경계하지도 않길.
책을 보며 오늘은 여러 기분을 여행하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