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화캘리그라피 Aug 08. 2016

그녀를 그녀를 내 그녀를.

그녀의 일기장이 열렸다. 누군가의 비밀스런 부분이 눈 앞에 펼쳐있다는 게 왠지 부담스럽고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덮고 뿌리치기도 부자연스럽다. 그녀의 유혹이 시작된 거다.


커피숍에서 라떼를 마시고 있던 그녀는, 무언가에 열중해 있느라 약속시간에 늦은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오는지도 모를 정도 였다. 그리고는 친구와 함께 웃었다가 울었다가 놀랐다가 찡그렸다가 다시 웃었다가, 그렇게 무대 위 열연하고 있는 배우처럼 온갖 감정을 다 쏟아내며 최선을 다하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 됐다. 지난 번 만남에 용기 내어 사랑한다는 말을 했는데, 더 초조한 기분은 왜 그런걸까. 그래서인지 아직 답을 듣지 못한 심장은 자꾸 그녀의 일기장을 가리킨다.

혹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그 와의 추억이 적혀있는 건 아닐까,

짝사랑 일까, 아니면 그의 사진이 끼여 있을까?

고급지게 고백해놓고, 일기장 앞에선 자꾸만 작아진다. 안되겠다. 두어 번 두리번 거리고 생크림처럼 달달할 거 같은 그녀의 일기장을 가방 속에 얼른 넣었다. 커다란 아몬드 초콜릿을 씹지도 않고 꿀꺽 삼킨 기분이다. 쓰라린 목구멍 처럼 불편한 마음이 한 편으론 달달해지는.

벌써 부터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 거 같다.


얼른 집에가서 열어 봐야지.

오늘 따라 집에 가는 버스가
더 놀고 싶은 아이처럼
집에 가기 싫다 떼쓰는 아이처럼
빨리 가주질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