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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화캘리그라피 Aug 12. 2016

도레미파솔솔솔솔

그 자리에서 자꾸만 서성이며 이리갔다 저리갔다 그녀의 다리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푹 눌러 쓴 보라색 모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그녀가 울 것 같은 표정이란 건 숨길 수 없다.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지려는 찰나,  누군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반가움이 아닌 차라리 아니길 바라는 그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녀의 큰 눈망울엔 흐르지 못한 눈물이 외로이 맺힌 채.


"..."

왔어? 라는 인사 대신 그냥 꾹 다문 입술을 열었다 다시 다물었다.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서. 혹여나 내가 듣게 될 그 말을 너무 빨리 들어버릴까봐. 그의 맘이 변한 걸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지금 보다 덜 상처 받았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인 걸까?

마음이 내 꺼 같지 않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게도 참,

카페 저 편 피아노가 울려퍼진다. 그가 연주했던 달콤한 피아노 소리가 생각난다. 평생 잊지 못할 만큼, 하지만 이제 그 연주는 그녀의 귓가를 어지럽히는 소음 일 뿐이다.
그런 것도 마음 속에 없는 듯한 그는 그녀보다 손목 시계에 더 눈길을 준다.

"헤어지자. "
빗나간 피아노 소리를 배경으로 먼저 꺼내든 그녀의 한마디는 어쩐지 모르게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는 마음이 느껴진다. 어색하지만 진심이 묻어있다. 이제는 그가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 할 모양이다.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 조심스레 뜬다.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카푸치노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 따라 향이 진하다. 그녀의 콧등엔 진하고 부드러운 카푸치노 한 모금을. 그녀의 귓가엔 자꾸만 오류나는 피아노 소리가 자꾸 딩딩거린다.
새 하얀 하늘, 오늘은 그런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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