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모양이다. 제법.
양말을 뒤집어 벗으며 미간을 찌푸리기엔
고백 받아 어리둥절 설렌, 착각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나온다.
오랜만이다.
고백의 기억도, 잠깐의 설렘도, 그 때의 기억도.
부딪혀 떨어진 책들 사이로 하트모양의 종이 접기가 수두룩 떨어져 나온다.마치 별똥별처럼 반짝 빛났다. 참 예쁘다 생각하고 있는데, 그걸 조용히 내미는 남자. 그녀에게 수줍게.
방 한 칸을 톡톡히 밝혀주는
유리병 속 빨간 하트도 벌써 다섯 살이 되었다. 그리고 빨간 하트가 맺어준 부부라는 소중한 이름도. 그는 그녀의 무릎에 누워 야구 중계를 보고 있다. 손도 들고 발도 들고 흥분하며 침이 튄다. 그녀에게 쏟아지던 열정을 모조리 옮긴 듯 하다. 진정 하라는 듯 엉덩이를 톡톡 달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보"
시원해진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다급하게 그가 부른다. 돌아보는 그녀에게 살포시 들이대는 검은 양말 한 덩이. 오늘따라 그 눈웃음이 더 약오른다.
그녀는, 검은 양말을 세탁실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그의 하얀 셔츠 위에 풀어진 양말 사이로 조그만 하트가 다시금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