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보이지 않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모습으로 흔들거리는 풀이 조그많게 앉아있다.
작지만 작지 않게,
움직이지만 움직이지 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게,
그대를 보고싶어 커지고 있지만,
그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풀내음 향기 뽐내보지만,
눈치 채지 못하게 바람 뒤로 숨고.
항상 그 자리 그 곳에서 난 오늘도
그대를 바라보고, 숨 쉬는 일을 하고 있다.
파란 하늘이 유독 파랗고,
맑은 구름은 유난히 더 뽀얗다.
그대와 함께, 같은 땅 위에서 같은 하늘 아래서.
숨어 있던 노란 나비 한 마리도 인사를 한다.
작은 날개짓이 오늘 따라 힘차 보인다.
아마, 그대를 만나고 오는 길 인가 보다.
꽃이 없는데도 살랑 살랑 춤을 추는 것 보니.
예쁘다. 그대들의 눈 속에 박혀 반짝 반짝 빛이 난다. 풀잎 위에 잠깐 앉아 오늘, 그대와 나눴던 이야기를 속삭이고는 부끄러운듯 수줍게 날아가버린다. 두 볼이 빨개진채로.
그대도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까만 머리의 뒷모습이 멀어지고 있다. 그대, 안녕.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
나도 그 말 고맙다고 말하며
난 오늘도 그대를 바라본다.
유독 나비가 하늘 높이 날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