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난 지 일 분도 채 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그녀와 헤어질 시간이다. 잡고 있던 손을 내려 놓았다. 다시 잡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돌아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고개는 어느 새 뒤로 고정 돼있고, 발걸음은 멈춘 지 오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잠시나마 그녀에게 한 발을 뗐지만 다른 한 발 조차 마저 뗄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녀가 나에게 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는 거 같아서. 솔직히 말하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더 커서...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안녕...'
마음 속으로 살며시 인사를 건네고, 다리를 건넜다. 찰랑이는 물결이 참 자유롭다. 어디까지 가는 걸까. 그 곳은 행복할까. 사랑은 있을까.
작은 물결이 이는 그 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 아무것도 모르겠는 나에게 답을 알려주면 좋겠다. 바람일 뿐 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다리가 끝이 나고 오랜만에 밟아보는 흙이 참, 반갑다. 뿌연 냄새 까지도.
자꾸만 맴도는 그녀도, 잡을 수 없는 지난 사랑도, 계속 흘러가는 그리움도, 두려움도, 아쉬움도 잠시나마 잊어 본다. 이내 다시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겠지만, 잠시 헤어진다. 그렇게 연습한다.
그리고 익숙해진다.
일요일이 가고 또 다시 월요일이 오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