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다 그대만 빼고
어제 하루 종일 내린 비가, 도시밭길에 흔적을 남겨놓고 사라졌다. 한바탕 울고 난 내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이내 눈물을 훔쳤다.
보여주기 싫었다. 아무한테도.
그대가 없는 이 곳에서 흘리는 내 눈물은 아무 의미가 없단 걸 알기에. 하지만 의미 없을 눈물은 또 다시 차오를 것 같다. 온 힘을 다해 눈을 감았다.
미처 숨기지 못한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또르르 떨어진다. 그대가 어루만져 주던 빨간 볼 위로.
깜깜해질수록 그대의 모습이 선명하다.
오늘따라 그 모습이 왜 이리 밝게 빛나는지
오늘따라 그 모습이 왜 이리 눈에 밟히는지
오늘따라 그 모습이 왜 이리 그리운지
오늘따라 그 모습이 왜 이리 떨리는지
너무 많이 그리워서 일까
너무 많이 사랑해서 일까
너무 많이 가여워서 일까
너무 많이 미워해서 일까
너무 많이 원망해서 일까
집에 돌아오는 길, 그대 곁에 서서 묻고 싶다.
내 곁에 없는 그대 곁에 서서, 묻고 싶다.
돌아올 수 없는 거 알지만,
돌아올 수 없겠냐고 묻고 싶다.
... ...
... ...
시간이 흘러도 아무 말이 없다.
오늘은 무슨 말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했지만,
난 오늘도 그렇게 그대곁에 가만히 서서 손을 잡고 있다. 그대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는다. 눈을 떠보니 그대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난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아무 일 없던 것 처럼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