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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Sep 15. 2022

우리는 정말로 고객을 잘 분석하고 있을까

근래에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송길영 씨의 강의를 보게되었다. 그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트렌드 및 변화를 찾아낼 수 있는 자신만의 데이터 해석 관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니 (물론 회사의 수많은 사람들이 분석한 결과를 방송에서 공유한 것이겠지만) 과연 그동안 내가 데이터를 사용하던 방식이 올바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실험을 더 잘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지표를 더 잘 설계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고객을 지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들을 전문적으로 다루었다. 나 또한 데이터 분석의 꽃은 좋은 실험 설계 및 해석, 지표 설계, 그리고 수치에 근거한 가설 설정 및 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서 이것이 바로 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런 생각은 틀린 생각이었다.


회사의 현 상태와 과거를 지표로 측정 및 이해하고, 실험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어찌 보면 회사 내부에서 흐르는 데이터와 회사 내부에서 공유되는 이해에 대해서만 "이해" 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회사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 우리 회사에서 고객들이 하는 것, 우리 회사에서 이렇게 서비스를 변경했을 때 고객이 우리 회사 서비스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 모두 우리 회사 및 서비스 내에서 일어나는 행위와 결과들에 대해서만 데이터로 보는 것이다. 이는 세상을 1이라고 보았을 대 회사 내부라는 극히 작은 환경, 즉 0.000001 조차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만 데이터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내가 데이터 분석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테스크들은 모두 하나의 서비스를 목표에 맞게 최적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테스크였지, 세상이라는 커다란 무대에서 일어나는 트렌드의 변화와 그 근간을 이해하고 서비스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데 도움을 주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모든 데이터 분석 보고서들은 어떻게 하면 기능을 조금 바꿀까 조언하고, 서비스의 현 상태가 어떤지 보고하고, 실험의 결과를 알려주는데 끝났던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이런저런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들 또한 발굴했었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 내부 데이터만 사용하여 발굴한 그 인사이트들을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즉, 회사 내부만 데이터로 바라보다 보니, 회사 외부의 환경에 대해서는 이해가 전혀 없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데이터로 유의미한 분석을 하지 못했다.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행위는 간단한데, 왜 이렇게 배워야 할 것은 끝도 없고 (그동안 배운 것 : 데이터 엔지니어링, 기획, 통계, 수학..), 내가 잘못한 것들은 파도 파도 또 나오는지.. 답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가 세상을 데이터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어찌 보면 송길영 씨의 강의에서 힌트를 얻었다고도 볼 수 있다 (+ 다음소프트의 job description)


첫 번째로는 썸 트렌드, 구글 트렌드 같은 도구들을 더 자주 써봐야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이런 도구들을 깔보는 경향이 조금 있었다). 이전까지는 이런 단편적인 데이터 도구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생각했었는데, 또 다르게 보면 굉장히 많은 다수의 사람들에 대해 그 사람들의 관심사와 관심사의 변화를 잘 관측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즉, 뭐 눈에는 뭐가 보인다고, 수많은 인사이트들을 그 도구로 찾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볼 의향이 없었기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들에 대해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철학, 문학, 사회과학 등의 책들을 어찌 보면 쓸모없어 보이지만, 이 책들이 제공하는 사고의 프레임을 잘만 사용하면 트렌드의 변화가 왜 일어나고, 그 변화가 도미노처럼 어디까지 갈 것이지 더 잘 상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토론 모임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은 결국 개인이 가지고 있는 방식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밖이 없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 사람들에게 조금만 알려주면 모임에서 정말로 다양한 트렌드와 상상에 대해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송길영 씨가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스터디 하나보다)


결론적으로 좀 더 외부의 세상의 관심을 두고 데이터로 상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도 많이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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