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의 시작, 모든 것이 부족하다(4)

나는 처음부터 팀장이었다. 팀원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by 유창석

내가 스페이스코웍에서 처음으로 맡은 직함은 콘텐츠기획팀장이었다. 코워킹스페이스는 공간을 기반으로 다른 것을 제공해야 한다. 사람들이 연결되게 하고, 그 안에서 생태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생태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여야 하고, 모인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벤트가 계속 열리거나 새로운 일을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재미로 한 두번 만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회사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수익 창출이 최우선 과제다. 일을 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만날 일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일차적인 관계에 있는 가족, 친구, 절친한 선후배는 다른 관계다.


그렇다, 나는 처음부터 팀장이었다. 그런데 나는 준비되지 않은 팀장이었다. 팀장은 팀을 이끄는 리더이다. 리더는 비전과 목표를 팀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원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구분하고 필요한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나는 몰랐다. 팀장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책이나 각종 매체에서 접했었지만, 내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들이 되어 있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몰랐다.


내 할 일 하기 바빴다. 입사한 지 두 달만에 시작하는 창업선수촌 준비, 스페이스코웍 2호점(광주전남혁신도시), 스페이스코웍 3호점(전북도청점) 구축 준비와 사전 마케팅 활동, 그리고 기본적인 공간관리와 마케팅 활동으로 하루하루가 해야만 하는 일로 가득했다. 그러던 가운데, 팀원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스페이스코웍의 특성상 물리적으로 지점이 완주, 전주, 나주에 위치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못하는 팀원들과 행아웃 화상회의를 하며 소통했다. 당시에는 업무 소통 tool로 잔디를 사용했다. 잔디는 토스랩에서 개발한 업무 협업도구이다. 당시에 잔디도 창업한 지 2년이 안된 초창기 회사였다. 팀원들과 소통하는 그룹웨어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피벗 하고 있었다.


깨달았다. 팀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팀장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했다. 팀장도 처음 접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팀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아직 갖춰지지 않은 회사에 합류해서 스페이스코웍의 지점 확장, 창업선수촌 교육 프로그램 기획 운영, 공간 상품 마케팅과 고객 응대 등 우리에게 마주한 현실에서의 과제를 함께 하는 것이 감사했다.


팀원이 증가하니 회의가 필요했다. 일일 업무 계획, 주간 업무 계획, 월간 업무 계획, 그리고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이슈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학습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오프라인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화상회의를 통해서도 소통이 가능하다.

2) 구글 드라이브, 구글 문서, 구글 PT, 구글 스프레드시트 등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서 회사의 업무 시스템을 구성하면 자료 공유와 업무 추진이 수월하다.

3) 회의는 단순히 지시사항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학습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4)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업무 추적은 매우 중요하나 사람들은 의외로 대부분 이 중요성을 모른다.

5)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자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정리, 그리고 계획을 생각하게 된다.


2016년에 처음으로 구글이 일하는 방식인 OKR(Objective Key Results)을 접했다. 그러나 OKR을 피상적으로 단순하게만 이해하고 활용했다. 시간이 흘러 2019년에 OKR 관련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왔다. 우리 팀도 OKR관련 도서를 구매해서 함께 읽고, 업무에도 적용해봤다. 여기에서 또 하나 학습한 점은 아무리 좋은 것도 내가 정확히 이해하고 그 소중함을 느껴야 활용성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자료와 목표 제시, 계획을 전달받는다 하더라도,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리고 실행도 없으며 성과도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래도 최선을 다했었다. 팀장은 처음이지만,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창업선수촌 교육 프로그램, 스페이스코웍 2호점과 3호점 신규 구축, 스페이스코웍 1호점 명소화 등 그동안 내가 쌓은 경험치와 진정성과 간절함으로 스페이스코웍의 항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미친 듯이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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