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ZA - [Ctrl]
미국의 R&B 가수 SZA는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담은 본인 앨범 [Ctrl]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찬사를 받자 혼란스러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SZA의 [Ctrl]은, 그녀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20대 여성들의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대표하는 앨범이 되었다. 개인의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엄청난 표현의 성취이다. SZA의 경우에는 그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인 능력을 증명한 셈이다. 이러한 성취가 짜릿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그녀에게는 그저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나 보다.
그녀의 당혹스러움은 [Ctrl]을 내기 이전의 삶에서 느낀 그녀와 '보편' 사이의 괴리로부터 비롯된 감정일지 모른다. 해당 앨범의 'Normal Girl'이라는 곡에서 SZA는, 평범하지 않은 자신을 묘사하며, 평범함을 선망하고 열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적인 기준에서 노멀 걸이 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은 그녀의 컴플렉스였다. 애인이 자신을 애인의 부모님께 데려갈 수 있을 정도. 그녀에게는 딱 그 정도의 평범함이 필요했다.
2020년은 트라우마틱했다. 이전까지 평범함이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획득되는 것이었다면, 2020년은 나름 공평한 방식으로 모두에게 평범한 삶을 앗아갔다. 하지만 평범함을 되찾는 적응의 과정에서는 역시나 사람마다 차이가 존재한 듯하다.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던 그 시점에 난 스페인에 있었다.
교환학생이었던 나는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가늠하다, 결국 스페인에 남아있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마스크 하나도 내 힘으로 구할 수 없었던 나는 얼마 못가 많이 무력해졌다. 누구나처럼 나도 평범한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매일 아침 신규 확진자 수 추이를 확인했다. 180도 달라진 상황에서 적응하는 것이 옵션이 되어버린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데, 그 시간과 룸메이트가 되어 단 둘이 격리되어버린 현실이 많이 억울했다.
그것이 나의 2020년대의 시작이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내게 다가온 상실의 경험이 나에게는 작은 트라우마였다. 스페인에서 돌아와 수강한 강의는 공교롭게도 행복 심리학이었다. 내 삶에 발생한 외상 사건을 잘 극복한다면 개인의 성장과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이 나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나의 트라우마를 대할 수 있을까. 아마 그때부터 나는 다시 한번 글을 쓰기 시작했다.
SZA의 [Ctrl]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 숨겨야만 했던 개인의 이야기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개인 서사를 음악에 담아내는 것은 힙합/R&B 장르에서 흔한 일이지만, 그녀의 앨범이 흔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제는 말할 수 있어', '그랬었지만 이제는 극복했어'의 문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앨범의 스토리텔러에게서는 자랑스러움보다, 오히려 자신의 상황에 대한 수치심, 자기 연민, 불완전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 시련을 극복한 사람이 아니면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SZA는 한 명의 20대 여성으로서 (훌륭한 음악적 능력과 함께)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극복한 사람이, 성장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표현했기에 극복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존감이 무너져 내려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20대의 상황. 그 모든 이야기를 하나의 앨범에 담아낼 수 있었던 SZA는 자신의 삶을 비로소 'Ctrl(control, 통제)' 할 수 있었다.
아마도 2020년은, 그리고 2020년대는 개인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조건의 힘을 극단적으로 느끼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때로는, 어떠한 영역은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삶만은 내가 통제해야 한다.
내게 있어서 삶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내 이야기를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전부다. 아픈 기억도, 숨기고 싶은 부분도, 소소한 일상도 나를 위해서 표현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게 나의 2020년대의 20대다. 내 개인사가 이 시기를, 이 세대를 대표할 것이라 감히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심심한 위로라도 된다면 짜릿할 것이다.
[Ctrl]의 마지막 트랙은 '20 Something'이라는 곡이다. 자조로 가득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매번 옅은 20대의 희망을 느낀다. 그것은 참 묘한 감정이다.
How could it be? / 20 something, all alone still
어떻게 이럴 수 있지? / 스물몇, 아직도 혼자
Not a thing in my name / Ain't got nothin', runnin' from love
내 이름으로 된 것 없이 / 가진 게 없지, 사랑에게서 달아나고
Only know fear / That's me, Ms. 20 Something
두려움밖에 아는 게 없어 / 그게 나야, 미스 스물몇
Ain't got nothin', runnin' from love / Wish you were here, oh
가진 게 없지, 사랑에게서 달아나고 /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Stuck in them 20 somethings, stuck in them 20 somethings
스물몇에 갇혀서, 스물몇에 갇혀서
Good luck on them 20 somethings, good luck on them 20 somethings
20대에게 행운을, 20대에게 행운을
But God bless these 20 somethings
하지만 20대를 신이 돌보길
- SZA, '20 Something'
나의 20대에. 또 당신의 20대에 축복을. 또 끊임없이 발생하는 혼란 속 자신의 삶을 컨트롤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당신에게 축복을. 20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에게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