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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원진 Jun 19. 2024

파리, 강도의 소굴이라 쓰고 낭만의  도시라 읽는다

파리 강도와 소매치기의 천국이라 쓰고 낭만의 도시라고 읽는다

2014년 9월 파리 출장길에 호텔에서 배낭을 도난당했다. 파리에서 강도와 소매치기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임을 깨달았다. 파리에 대해 조금 남아있던 허상은 완전히 날아갔다. 도대체 이곳이 문명국가 프랑스 파리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파리 호텔에서 여권과 서류가 든 배낭을 도난당하다

2014년 9월 21일 일요일 아침이었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4킬로미터 떨어진 정띠이(Gentilly)라는 도시, 이비스 파리 포르트 디탈리 호텔이었다. 1박 하고, 공식일정을 위해 프랑스 서부 도시 께벙(Queven)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일요일 아침 호텔은 다소 부산한 분위기였다.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 수십 명이 떠들어대면서 드나들었다. 나는 먼저 체크아웃을 하고 다른 일행의 체크아웃을 도와주었다. 절차를 모두 마치고 출발하려고 보니 배낭이 거기에 없었다. 등 뒤 약 5미터 거리에 여행가방과 배낭을 두었는데, 잠깐 사이에 배낭을 바꿔치기해갔다.        


불과 몇 분 사이에 벌어진 이 황당한 사태에 머리가 하얗게 바뀌었다. 망연자실했다. 한국은 물론, 지금까지 여행해 본 미국과 유럽 여러 도시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파리에 배낭여행을 왔던 7년 전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호텔은 책임회피에 급급했고, 경찰은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호텔 직원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이것이 또 한 번 나를 당황하게 했다. 책임이 호텔로 넘어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눈치였다.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이 나라에서는 차라리 무례한 일인 듯했다.     


도난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다. 일행 중 파리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분이 있어 동행했다. 경찰관은 조서를 작성하는 1시간 정도 내내 너무도 무표정했다. 팔뚝에는 무시무시한 문신을 하고 있었는데

“덤벼만 봐. 뼈도 못 추릴 거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의 표정에는 ‘뭐 이런 걸 가지고 신고하러 왔어요?’라는 생각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파리에서는 호소할 곳이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

금전상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카드와 현금은 거기에 없었다.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다만,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졌고 여권이 문제였다. 임시 여권을 발급받아야 했고, 회의 자료도 다시 만들어야 했다. 일행은 다음 날 일정을 위해 께벙(Queven)으로 떠나고 나는 파리에 남았다. 여권 사진을 만들기 위해 자동사진관을 찾아 길거리를 쏘다녔다. 자료 인쇄를 위해 문구점도 수소문하여 찾아갔다.   

   

무슨 생각으로 배낭을 바꿔치기해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현금이나 유가 증권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서류 뭉치만 들어있을 뿐이었다. 현지 기업과의 회의 때 쓸 자료를 잔뜩 채워놓아, 배낭은 매우 무거웠다. 마치 벽돌 서너 장은 넣은 것처럼. 배낭을 열어 제키고 나서 소매치기들이 느꼈을 실망을 생각하면 지금도 헛웃음이 나온다.       

이때 파리 길거리에서 찍은 여권 사진은 현재 여권에도 붙어있다. 당시 사진을 볼 때마다 2014년 파리 추억이 떠오른다.


파리에 평화가 있기를!        


다음 날 파리 시내 한국영사관에 찾아갔다.

거기에 패션의 수도에 출장차 왔다가 강도당한 분의 섬뜩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펠탑, 일정 마치고 9월 26일 출국직전에 둘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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