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들인 외국 손님에게 보이는 기상천외한 방식의 첫인사법
2014. 9월 출장차 파리에 갔다가 호텔에서 배낭을 도난당했다.
다음 날인 월요일에 파리 시내에 있는 한국영사관에 찾아갔다. 귀국할 때 공항에서 여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권을 분실해서 이곳을 찾아온, 나와 같은 처지에 빠진 분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한 분의 경험담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다. 파리를 방문하는 외국 손님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대하는 게 원래 프랑스인들의 관습이구나 확실히 깨달았다.
파리 컬렉션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출장 온 패션업체 이사님. 전날 파리 드골 공항에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이동하던 중에 강도를 당했다. 택시가 시내로 이동하던 중에 어느 터널을 지나고 신호에 멈추어 섰다.
신호 대기 중인 잠깐 사이, 야구 방망이를 든 괴한 두 명이 접근해 왔다. 갑자기 한 놈이 택시 전면의 유리창을 내리쳐 깨부수고, 또 한 녀석은 승객석 창문을 내리쳐 깨 부수었다. 아무 의심 없이 차창 밖 풍경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던 이 여성 이사님은 갑자기 공포에 질렸다.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사이, 강도들은 승객의 핸드백과 소지품을 전리품으로 챙겨 유유히 사라져 갔다.
강도당한 승객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것은 프랑스인 택시기사의 태도였다. 전혀 놀란 기색도 없이, 한두 번 경험한 것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보험사에 전화하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강도들이 자신의 차를 파손했으니 보험 처리해달라고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을 포함해서 해외 여러 나라에 출장을 다녀보았지만 이런 나라 처음 봐요. 어떻게 치안 상태가 이 지경일까요? 다시는 프랑스에 오지 않을 겁니다.”
강도와 소매치기들이 관광객만을 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현금과 값비싼 물건이며, 돈에는 국적이 없다. 파리시민이건 해외 관광객이건 가리지 않는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잠깐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스마트폰이나 소지품을 도난당했다는 괴담은 비일비재하다. 다만, 없어 보이는 사람은 이들의 고객이 아니다. 여기에 여행자들의 희망이 있다.
한편, 내가 파리에서 경험한 것은 프랑스식 분의 재분배 정책이 낳은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프랑스는 ‘정부차원에서 세금을 써가면서 이민자와 사회적 약자들에게 복지혜택은 주기 싫다. 대신, 부유한 해외관광객과 파리시민을 대상으로 노략질하는 것은 눈감아 주겠다’ 뭐 이런 거 아닌가 싶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2024년 현재에도 그닥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일말의 의심도 없이 출장차 파리에 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런 진귀한 경험담을 혼자 간직하기에는 아까웠다. 파리가 얼마나 위험한 도시인지 다른 여행자들에게 알려주어야 했다. 호텔 가격비교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 경험담을 올렸다. 체류 후 후기를 올릴 수 있다. 숙소를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참고한다. ‘1년 동안 게시 된다’고 한다. 얼마 후에, 호텔 측에서 이메일을 보내 게시물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뻔뻔하기 짝이 없는 요청 시간 내서 답해줄 가치가 1이라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