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파리는 냄새와 향기로 다가왔다
2007. 7.21(토)
영국을 떠나 프랑스로 가는 길은 상식을 벗어난 듯 간단했다. 기차표 한 장 끊어, 런던 세인트 팬크라스 역에서 파리행 유로스타 고속열차에 오르면 됐다. 그러면 시속 300킬로미터로 총알처럼 날아가 2시간 17분 후에 파리 북역에 내려준다. 공항으로 가지 않았고 출국심사대 긴 줄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출국할 때 겪는 풍경과 사뭇 달라 처음에는 의아했고 나중에는 신선했다.
내가 이번에 배낭여행을 떠나온 것은, 특히나 유럽에 혼자 온 것은 순전히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는 배낭여행 특히 유럽국가에 배낭여행을 다녀와야 한다고 누누이 말하곤 했다. 그러던 중 직장 생활에 공백이 생긴 틈을 타서 아내로부터 여행 허락을 받았다. 43세 나이에 난생처음으로 나 자신을 위한 여행이라는 것을 떠나게 된 것이다.
아내는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대학교 4학년 때인 1993년에 대담하게도 혼자 유럽 1개월 미국 1개월 배낭하나 짊어지고 여행했다. 영국, 프랑스를 거처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두루 탐험했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성장했다고 아내는 말한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 승강장으로 향했다. 승강장에서 기이하게도 스멀스멀 지린내가 났다. 한쪽 구석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뜻밖의 광경에 내심 놀랬다. 주말이라 청소가 안 되어 그런가 했는데, 지린내는 그날만의 일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경로로 유럽도시 화장실 문제를 들어왔으나 지린내가 나를 반겨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공중화장실이 없어서 생긴 문제다. 파리 시내에서 공중화장실이라는 진귀한 시설을 찾아 헤매다가는 먼저 오줌보가 터지기 십상이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화장실을 찾더라도 먼저 하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파리 시내에 있는 호텔 화장실보다 훨씬 깨끗한 서울 시내 공중화장실에 익숙한 여행자에게 이건 차라리 고행이다. 여행이란 안전지대를 벗어나 많은 위험과 불편이 도사리고 있는 탐험길에 나서는 것이다. 지린내 정도는 참아 주어야겠지.
목적지인 앙베르(Anvers) 역 밖으로 나오니 한밤중으로 주변이 다 컴컴했다. 더구나 유럽도시는 가로등이 별로 없어 어둡다. 호텔 이름과 주소를 적은 종이를 지도 삼아 두리번거리며 목적지를 찾았다. 문제는 밤이 늦었고, 게다가 처음 도착한 곳인지라 방향감각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전이었다는 것이다. 마침 광장에 모여 잡담을 누고 있던 십여 명의 젊은 경찰관들이 있어 다가갔다. 호텔명과 주소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길을 물었더니 “저 쪽이요”라는 의미로 손으로 대충 가리켰다. 무성의한 태도로 보아 믿음이 가지는 않았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무거운 여행가방을 끌고 경찰이 가리킨 방향으로 한 참을 걸어가도 나타나지 않았다. 난감했다. 때마침 젊은 청년이 다가오길래 길을 물었다. 방금 전 경찰과는 다르게 다행히 영어가 통했다.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준 이 파리지엥 덕분에 겨우 목적지에 찾아 들어갔다.
낯선 곳을 처음 여행할 때는 밝은 해가 떠있는 주간에 이동해야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또한, 여행할 때는 특히 파리에서는 몽펠리어 호텔같이 배낭여행자 숙소가 고급 호텔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 현지 경찰조차도 잘 모르는 곳이다. 그러니 강도와 소매치기들은 얼씬도 하지 않을 공산이 높지 않을까.
몽마르트 언덕 입구에 있는 이 호텔을 전초기지로 해서 3박 4일 파리 여행을 시작했다.
런던 파리간 유로스타 고속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