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놓인 진입장벽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기회로 활용하세요
채용공고문을 읽어 내려가다가 까다로운 자격요건 때문에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단기간의 준비를 통해 뛰어넘을 수 있을지 먼저 판단해 보세요. 만약 내 능력을 총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응당 대가를 지불하고 도전하라. 경력요건과 필기시험이라는 이중의 진입장벽을 뛰어넘어 결승점에 도달한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2015년 말, 직장에서 밀려 나와 다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애쓰던 시기 일이다. 다음 해, 2월 하순에 C경제청 채용공고가 떴다. 그런데 이게 뭐람? 필기시험도 치른다고 한다. 시험과목은 행정법과 영어. 외국인투자유치 분야에서 일할 경력직 임기제 공무원을 뽑는데 필기시험이라니? 더구나 외국인투자유치와 행정법이 무슨 연관성이 있다는 말인가?
도전해야 하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였다. 이제까지 행정법 공부를 단 30분도 해본 적도 없다. 더구나 시험일까지 주어진 시간은 불과 3주다. 이 포장 상태가 매우 불량하게 도착한 택배 상품을 일단 옆으로 치워놓는다. 확신이 서질 않는다. 일단 내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황금의 기회인지 버려야 할 기회인지 좀 더 시간을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응시원서를 작성하여 접수해 두었다. 시험준비에 착수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상황이었지만 접수해 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원서접수 기한을 놓치면 아에 기회를 잃어버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접수해 놓고 나중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여러 변수에 따라 방향이 유동적으로 흘러갈 수 있기에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해 두어야 한다.
일주일 후, H경제청 투자유치 채용공고가 나왔다. 특이하게도 자격기준란에 ‘필수자격 요건’을 하나 추가해 놓았다. 어학시험성적표였다. 토익 920점이나 텝스 800점, 또는 토익스피킹 160점 이상을 얻은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자격 기준으로 ‘관련분야 0년의 경력’과 함께 ‘어학능력시험성적표’를 추가하여, 진입장벽을 두 개나 쳐놓았던 것이다.
혹시라도 쓸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생각하여, 바로 1주일 전에 토익 시험을 치러두었다. 다행히 원서접수 마감일 전에 성적을 받아볼 수 있다. 기존 성적표는 2년 유효기간이 지났다. 요구하는 점수 이상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응시원서 작성을 시작한다. 어학성적표만 더하면 곧바로 접수할 수 있도록 이력서와 자기소개, 직무수행계획서를 준비해 두었다.
예정일에 성적이 나왔다. 아뿔싸! 910점. 이럴수가. 한 문제만 더 맞추었어도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H경제청은 지원할 수 없게 되었다. 포기해야 한다. 아깝지만 단념하고 다른 두 곳에 집중해야 할 수밖에 없다.
자 이제 행정법 시험을 준비할 시간. 다시 한번 채용공고문상에 나타난 필기시험 합격자 결정방법을 살펴보았다. 거기서 한 가닥 희망을 찾았다. 그것은 “각 과목에서 40% 이상 득점하고, 총점의 60% 이상 득점한 사람 중에서...”라고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4지 택1형 시험인지라 그냥 찍어도 25점은 나온다고 가정하면 행정법 시험 20문항 중에서 3문제만 더 맞추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계산 아래 나는 시험범위 전체를 공부하지 않고 반만 학습하고 시험에 임할수 있었다.
필기시험 일주일 후에, C경제청 최종 관문인 면접이 있었다. 참석자는 나 하나였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사람은 3명이었으나 2차 필기시험에서 2명은 탈락하고 나 혼자 살아남았다. 면접은 내게 레드카펫을 깔아준 축제무대였다. 5명의 면접위원이 만면에 미소를 띄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물론 이 축제무대는 3주 정도 낯설고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 댓가로 주어진 것이었다. 행정법이라는 낯선 과목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 5시간 이상씩 인터넷 강의와 복습을 했다.
까다로운 자격요건 때문에 좌절하고 집어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단기간의 준비를 통해 뛰어넘을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 보세요. 만약 내 능력 범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응당 대가를 지불하고 도전해야한다. 까다로운 자격요건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여 경쟁률을 낮춥니다. 포기하지 않고 타고 넘기만 하면 합격은 따놓은 당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