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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 MeMo Nov 19. 2019

반려묘를 보내며

티 나게 슬퍼하는 중

가루가 죽었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소풍을 갔다 등 슬픔을 이겨내기 여러 가지 표현으로 대신하고는 하지만 나는 '가루는 죽었다'라고 그대로 말하고 싶다. 원래부터 신장이 하나 거의 없는 상태였고 모든 가족이 그것을 죽기 직전에 알았다. 신장기능이 다른 고양이보다 절반 정도여서 그동안 그렇게 자주 토했던 것을(구토는 신부전의 주요 증상이다.) 가족 모두 그냥 급하게 먹는 편이라 치부하고 그렇게 10년을 보냈었다.


주위 사람들은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네가 크게 잘못한 게 아니라고 위로하지만 그래도 한두 마디 말로 후회가 온몸에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이 슬픔을 '죽음'이란 단어 그대로 받아들일 작정이다. 그리고 작정한 대로 많이 괴롭다.


길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시지를 받아먹고 있던 작은 고양이. 목이 다 쉬도록 울고 있던 모습이 짠하면서 그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잠시 안아 들었는데 이 녀석은 그 작은 발톱을 세워 내 옷에 걸고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온 식구들이 고양이는 싫다면서 두 번이나 입양을 보내려 시도했지만 결국 되돌아와 같이 살게 되었다. 배변을 하고 나서 항상 약간 항문에 묻히고 다니는 모습 때문에 'X가루'에서 앞글자를 뺀 가루가 녀석의 이름이 되었다.


가루는 항상 밥을 먹을 때 쓰다듬어주기를 원했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어머니와 한 방에서, 나와는 매일 밤 궁디팡팡 세리머니를 치르며 한 집에서 지내던 크고 아름답던 존재가 이제는 없다. 들어 올리기도 벅찼던 9kg의 거대했던 고양이는 지금 손바닥만 한 뼛가루가 되어 하얀 도자기 속에 있다. 정말 많은 집사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무지개다리 너머에 소풍을 간 거라면, 생전에 하지 못한 말들과 마음들이  그 작고 하얀 그릇을 통해 이라도 가 닿을까 매일 가슴에 대고 집 안을 돌아다닌다.


가루가 온 그 해에 온 가족이 오래 간병해오던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때도 많은 말들 전지 못한 것을 후회했는데 10년이 지나서 같은 후회를 반복하고 있다. 사람이란 잘 변하지 않는 거라지만 그 쓰라린 아픔은 나이가 먹을수록 둔해지긴 커녕 심장을 더 찌르고 회전한다. 내 마음의 결 반대방향으로 스치며, 묻어놨던 고통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듯이. 사람 몸에 대부분은 물이라는 것을 내 한 몸으로 증명이라도 하듯이 눈물은 아무리 흘려도 마르지가 않는다.


예전에 할머니를 간병하면서 그랬던 것처럼 '이 녀석을 돌보며 긴 시간을 보내보자' 삶의 각오를 다지자마자 가루는 떠났다. 나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게 정말이라면 나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힘이 나지 않는다.


아직 부드럽고 귀엽고 커다란 뱃살을 출렁이면서 착한 눈빛으로 간식을 졸라대던 네가 간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 나 자신을 위로는 중이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 이런 슬픈 내용으로 가득 채우고 싶진 않아서 잔뜩 고민했지만 지금 내 안에 가득 있는 것 그리움과 후회와 못다 한 사랑뿐이라 그냥 쓰기로 했다.


가족의 죽음 앞에서 예전에는 다른 이를 배려하느라 억지로 참았었다. 지나고 나니 그게 그렇게 한스럽고 억울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한동안 티 나게 슬퍼할 생각이다. 언젠가 이 마음이 요동치지 않을 때까지는 내 마음의 굴곡을 그대로 둬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에. 슬픔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언젠가 저마다의 형태를 가지고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내 마음을 찢을 듯이 튀어 오르고 긁고 쾅쾅 때리고 소리 지르겠지. 그것을 억누르려 하면 나는 더 망가질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 이 글도 튀어 오른 슬픔의 한 부분이라 납득하는 중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평소에 주위에 애정표현도 자주 하고 지금 나를 좀 바꿔야겠다 생각하지만 아마도 결국 평소의 무뚝뚝한 나로 돌아올 것 같다. 그리고 또 같은 후회를 다시 하게 될지도. 언제쯤이면 익숙해질까.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만 아직 젊은 나이라 속단하지 말자 애써 속말을 해본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잘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온 우주가 들어있던 것처럼 영롱했던, 신비로왔던 옥색 눈동자를 떠올리면서. 사랑한다. 이 말이 저 너머로 닿길 바란다. 이 마음이 조금씩 올라올 때마다, 미뤄왔던 일들을 조금씩 하면서, 그렇게 어찌어찌 살아간다.


난 잘 지내고 있어 가루야. 고맙고 미안하다.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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