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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 MeMo Jan 08. 2020

일상의 레시피

링귀니면 1인분 분량

마늘 5쪽(슬라이스 해서)

올리브유 2 Tsp

뉴트리셔널 이스트 2 tsp

야채 스탁 블록 1g

후추, 드라이 오레가노, 소금 한 꼬집



 내가 요즘 즐겨해 먹는 '비건 알리오 올리오'의 재료들이다. 여기에 간단한 요리 방법을 차례대로 서술하면 하나의 레시피가 완성된다. 그리고 이 레시피는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으면 나만의 레시피로 남아있게 된다.


 물론 레시피가 그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지만 만능키는 아니다. 조리과정에서 요리사의 스킬과 적절한 플레이팅, 서비스의 질과 어울리는 음악, 적절한 음료와의 마리아주 등 요리의 진가를 만들어주는 요소들은

무수히 많다. 그리고 다년간의 경험 상 일단 재료를 풍성하게 더 넣으면 높은 확률로 맛있어진다!(소금, 설탕 제외)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시중에 요리책들은 하루에도 몇 백 권씩 쏟아지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단서를 찾기 때문이다. 내 요리가 더 맛있어질 수 있는 작은 단서. 그대로 따라 한다고 레시피를 만든 사람하고 똑같은 맛을 내는 것이 아닌 걸 아는데도. 거기에는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싶다는 바람도 있고 그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동경심도 있고 나 자신을 뽐내고 싶은 귀여운 마음도 섞여 있다.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자기 계발에 관한 콘텐츠들도 어떤 인생에 대한 레시피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 저렇게 하면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릴 수 있다... 방황하는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책을 구입하고 동기부여 영상을 찾아보고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요리도 먹어봐야 그 레시피의 가치를 알 듯이 삶도 살아봐야 알겠더라. 요리하고 다른 점은 마치 장을 담그듯이 그 결과가 오래 있다가 느껴진다는 것. 많은 레시피들이 결국 내 몸과 입맛에 찰떡 쿵 맞지 않듯이 그들의 인생 레시피도 그냥 참고할 뿐 결국 나에게 맞게 잘 수선해야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나이이다. 그러면서도 행하기는 두렵고 힘들다.


 좋은 요리는 사실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알리오 올리오도 좋은 마늘과 괜찮은 올리브유가 있으면 대충 볶아도 맛있다. 누군가에게는 많이 싱겁겠지만 더 나에게는 꽉 찬 맛이다. 생활에도 너무 많은 맛들이 있으면 그 결과가 떫더라. 요즘 마음이 괴로운지라 누군가가 나한테 '성공한 인생의 레시피'를 좀 알려 줬으면 좋겠다 생각한 이 있다. 그런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 바라게 된다. 그건 아직 내 일상이 씁쓸텁텁 할 때가 잦기 때문이지. 뭔가를 빼버려야겠는데 쉽지 않다. 천천히 수정해나갈 생각이다. 레시피는 바꾸면 그만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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