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맨 처음 더 많은 면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146개의 면과 116개의 꼭지점을 가지고 지금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원래는 종이로만 만들 생각이었지만 결국 내 의사와는 달리 무려 미송합판의 피부를 가진 고오오급 곰이 되고 있다. 정말이지 널 만들 재료를 변경할 때 힘들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지금 꽤 유명한 미술관에서 기획한 '새일꾼전'이라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개인 작가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속한 '이야기와 동물과 시(이동시)'라는 단체의 일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이동시의 주축은 김산하, 김한민 두 형제인데 한 명은 유명한 영장류 학자이자 생명다양성 재단의 사무국장이고 한 명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특히 채식이나 동물권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 본 적이 있는 실력 있는 작가이자 운동가이다. 나는 이 형제들과 십여 년의 인연을 이어오면서 이런저런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보통 이 둘의 구상을 현실적이고 물리적으로 끄집어내는 역할이다.
이동시의 작업은 항상 내게는 작은 도전으로 여겨지고 마쳤을 때 꽤 뿌듯함이 느껴진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의 힘듬을 항상 동반한다는 이야기다. 이번 전시의 내용은 동물도 높은 지성을 갖추고 있는 비인격지성체이고 그들도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좀 유머스럽고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한민이형의 상상에서 출발하였다.
곰을 만들기도 전에 돼지와 닭이 추가 되었는데, 이때만 해도 난 정말 완벽하게 방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동물 스케일에 맞는 투표대를 각각 제작하고 사람이 쓰는 투표소와 함께 두기로 했는데 뭔가가 아쉬웠다. 그래서 실제 크기의 동물을 만들기로 했다. 두 달여의 시간이 있었고 전시장의 크기를 고려해 코끼리를 만들자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었으나 시간과 작업공간의 부족으로 폐기. 말 , 사슴, 하마 등이 거론되었으나 결국 서있는 곰을 만들기로 결정되었다. 그것도 환경을 생각해서 종이로만. 이전에 고래를 만든 경험이 있어서 자신만만했었다. 돌이켜보면 이때부터 나의 고난은 예견되어 있었다.
지금 이 글은 약 이주 동안 집에 다녀온 2일을 빼고 매일 13시간씩 작업을 해서 지금 그로기 직전의 작가가 아닌 작업자가 비몽사몽으로 쓴 글이다. 무슨 말이냐고? 나머지는 다음 편으로 넘기겠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