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가장자리에 자리한 그곳에는 벽마다 수많은 액자가 걸려있었다.
각기 다른 파동 주파수가 새겨져 있는 액자들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우주인들의 기억과 경험을 담은 통로였다.
그 표면에 손바닥을 대는 순간, 누구든 원하는 장소로 곧장 스며들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구를 여행한 다른 우주인들에게서 수집한 장소들을 마음껏 체험했다.
차분해지고 싶을 때는 하얀 입자들이 소복이 쌓인 겨울의 숲 속을 거닐었고,
가슴이 답답한 날에는 '초원'이라는 드넓은 공간을 가르는 바람 속에서 시원한 자유를 만끽했다.
오늘도 새로운 수집품을 얻었다.
그가 액자에 손을 얹자, 장면이 열리며 몸이 흡수되듯 빨려 들어갔다.
끝없이 펼쳐진 검푸른 액체 위로 사그라지는 빛이 마치 불타는 듯 공간 전체를 물들였고,
물결은 그 잔광을 반사하며 금조각처럼 부서졌다.
이 장면을 전해준 여행자는 이를 ‘남태평양의 붉은 석양’이라고 불렀다.
본 연구는
성단 기록연합에 의해 ‘수집가의 방’이라 명명된 구조물이 X-717 궤도 소속 소행성 C-64에서 발견되었음을 보고한다. 해당 장소에는 ‘지구’라 불린 고대 행성의 특정 시기를 정밀하게 기록한 액자형 유물이 다수 남아 있으며, 이는 지구 실재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평가된다. 이 유물들은 우리 연대 기준 수억 년 동안 손상 없이 보존되어 있어, 단순한 예술품이 아닌 고도의 기술적·목적성을 지닌 ‘우주적 기록장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소행성 C-64가 지구가 존재했던 영역으로부터 우주 반대편 외곽에 위치함에도 이러한 기록물이 현존하는 경위와 조성 주체, 목적 및 이송 과정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이에 대한 해명은 향후 성단 학술위원회의 심화 조사 및 다종 문명 간 협력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