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곡선들, 눈부신 빛과 침묵만이 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사구(砂丘)가 바다처럼 부드럽게 일렁인다.
온기가 사라져가는 기체 위에 올라서서
그 소리 없는 파도, 부서지지 않는 물방울을 가만히 바라본다.
햇빛도, 하늘도, 지평선도 부드럽게 번져, 흐릿한 윤곽만이 남는다.
커다란 반구의 실루엣은 하늘과 땅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세상을 은빛으로 감싼다.
나는 모래결을 따라 흩어지며 이 풍경의 일부가 된다.
그때, 햇빛을 닮은 머리칼을 가진 아이 하나가 나타났다.
"당신도 길을 잃었나요?"
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수많은 새들이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잠시 숨을 고르는 걸지도 몰라요.
가끔은 길을 잃어야 진짜 별을 보게 되니까요."
불시착이라고 부르기엔,
이 순간이 너무 조용하고 아름답다.
깨어나기 직전,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