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책방

by 찬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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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돌길을 따라가면 있던 그 책방은

저녁이 가까워오면 천장에서 길게 늘어진 전구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책 더미와 그 주변을 황금빛으로 따스하게 물들였다.


높고 낮게 쌓인 작은 책탑 사이로 고양이들이 그림자처럼 흘러 다녔다.

벽에는 오래된 책 냄새가 깊이 배어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낯설지 않은 종이 향이 은은하게 번져와,

마치 책방 전체가 커다란 책장이 되어 나를 감싸는 듯했다.



나는 문턱에 걸터앉아 책을 읽곤 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는

바깥세상의 소음을 모두 지워내는 주문 같았다.


어른이 될 준비조차 잊은 채,

오직 활자와 그곳의 온기에 깃들어 열아홉의 여름을 보냈다.

책장에 기대어 졸기도 하고,

창가에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자라났다.


그리고 그 평범했던 나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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