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체는 나도 모르지만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은 특유의 문체가 있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면 '아, 이거 이 작가가 쓴 거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듯, 책에도 그런 게 문체로 드러나는 법. 나는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 그런 게 없을 줄 알았는데, 희미하게나마 있나 보다. 나의 문체가.
2024년 7월부터 시작하여 막을 내린 공저 프로젝트 <소소한너에게>에 참여할 때였다. 오탈자도 체크하고 전체적으로 완성된 모습을 확인할 겸 샘플 책을 받아보기로 했다. 내 글이 본격적인 책으로 나온다니. 아마 감격하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만, 감격과는 별개로 그동안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내 파트만큼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 파트는 지인에게 읽어달라고 했다.
내 글을 다 읽은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작가님들과 다르게, 너는 좀 특유의 문체가 있어. 동글동글하다고 해야 하나?"
글이 동글동글하다는 게 무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전에 같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님들도 내 글을 이렇게 표현하시곤 했다. '특유의 귀여움이 있다'라고. 지인은 그걸 통통 튀는 매력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이냐고 물어봐도 대답은 같았다. 설명할 수 없다, 이건 그냥 이대로 귀여움이다,라고.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책으로 나온 내 글을 읽고 '이 정도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하고. 시작이 두려운 건 바로 이런 이유다. 다른 사람의 평가. 모든 창작물이 세상에 나올 때 작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바로 다른 사람의 평가다. 좋은 말 사이에 드러나 있는 가시 몇 개가 눈을 돌리지 못하게 손가락을 쿡, 하고 찌른다. 그게 두려워서 시작조차 못한다. 내가 그랬듯. 그런데 그런 느낌은 아니라고 하니 안심이 됐다. 오히려 기쁘달까? 나도 모르는 내 문체를 찾은 것 같은? 이건 마치 보물찾기.
그래서 다음부터는 내 소개를 할 때 이렇게 해야겠다.
"안녕하세요. 동글동글한 작가, 챤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