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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언팔로우 꾹

부정적 감정 컨트롤

by 챤현 ChanHyeon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몇 번이나 고민했다. 과연 혼자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해도 될까? 전쟁을 할 때도 선전포고를 한다는데. 누군가에게는 '고작'으로 치부될 수 있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꽤나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니 말이다. 상호 간 암묵적 합의에 의해 맺어진 일종의 '협약'일 텐데, 이걸 일방적으로 깨뜨린다니. 그러나 나는 결정해야 했다. 지금 하지 않으면 계속 이 찝찝한 기분을 이어가야 하니까.


세상에는 쉽게 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매일 먹고 싶은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 알람 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그리고 오늘 말하고 싶은 SNS 언팔로우. 이 사람과 좀 더 친해지고 싶어, 연결되고 싶어, 그런 마음을 보여주는 게 바로 팔로우라면, 이제 이 사람과 더 이상 소통하고 싶지 않아, 우리 몰랐던 예전으로 돌아가자, 하고 선언하는 게 언팔로우. 누군가와 인연을 끊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언팔로우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할 때면 머릿속에서는 이미 우주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언팔로우를 고민하게 된 건, 하나의 계기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그렇듯, SNS를 시작하면 우선 팔로워를 늘려간다. 관심 있는 분야를 말하는 사람이나, 단순히 재미있는 글을 올리는 사람 등, 내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면 내 SNS로의 입국을 허락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몇 있었다. 재치 있고, 말도 재미있게 하니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팔로워의 글을 볼 때면 난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제삼자에 대한 비꼼이 가득한 그의 글은 누구나 볼 수 있게 SNS에 떡하니 전시되어 있다.


'그 사람 있지, 알고 보니 이런 사람이더라, 수군수군.'

'참 대~단한 사람 납셨어요. 쑥덕쑥덕.'


처음에는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 하며 넘겼다. 그러나 이게 계속되니 어느새 그 감정이 나에게까지 옮겨왔다. 내가 모르는 사람에 대한 비꼼으로 나까지 기분 나빠지다니. 글이 가지는 기능에 새삼 감탄하며 나는 나도 모르게 생겨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컨트롤해야 했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내 감정을 지켜야 한다.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절반이 되는 건 아닌가 보다. 불평불만과 화는 나누면 행복처럼 두 배가 된다. 화내는 사람 두 명, 불만 가진 사람 두 명이 되는 꼴이다. 무슨 복사기도 아니고. 말을 전하는 순간 그 감정이 짙게 배어버린다.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 여운은 한동안 가슴에 스며들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결국 언팔로우 버튼을 꾹, 눌러버렸다. 부정적인 감정도 이렇게 싹둑 잘라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 사람과는 더 이상 마주할 일이 없으니 그 사람으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은 더 이상 나를 해칠 수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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