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N포세대의 사랑할 자격

결국은 돈일까

by 챤현 ChanHyeon

몇 년 전 유행했던 단어, N포세대. 마치 일본의 사토리 세대(悟り世代)처럼, 의욕도 야망도 없는 상태다. 현실의 벽에 부딪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산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인데, 연애나 취업, 결혼, 출산과 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참 가슴 아픈 단어였다. 이렇게 말하면 연애 못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냐고 할 게 뻔하지만, 연애만큼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내 작은 바람이다.


주변을 보면 연애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여도 괜찮아서, 외롭지 않아서, 연애를 해봤는데 영 불편해서 등등. 이유는 많다. 나도 지금은 연애를 하고 있지 않지만, 연애를 해서 얻는 것들이 많았다는 걸 생각하면 난 언제든 하고 싶다. 다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춥고 매섭다. 나는 연애에 대해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최소한 내 삶에 여유가 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것. 그 삶의 여유라는 건 결국 돈과 연결된다. 돈이 없으면 데이트가 한정되니까.


근사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고 커피도 한 잔 마신다. 흔한 데이트 코스인데 여기서 돈이 들지 않는 게 과연 뭘까? 전부 돈이다. 돈, 돈... 뭐든지 돈으로 생각하는 사회가 싫다고 외치면서도 막상 연애를 할 때는 나도 돈을 따지게 된다. 상대방에게 궁핍한 데이트를 하게 하고 싶진 않거든. 그래서 나는 몇 년째 연애 포기 상태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은 돈이 없다. 돈이 없으면 사랑할 자격도 없는 걸까?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냥 사랑하면 되지, 뭘 그렇게 따지느냐고. 그러나 경험해 보면 안다. 뭐든지 생각하게 되는 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게 아깝지 않아야 하는데, 돈 앞에서는 뭐든 재고 따지게 된다. 둘이 즐거우면 되지 않냐고? 맞다. 두 사람이 즐거우면 된다. 그런데 내가 속물인가 보다. 돈이 없으면 결국 즐거울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우니향이 나를 슬프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