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5월 17일의 게르니카와 광주 민주 항쟁

5.17 금 비 많이 옴

by 이프로

Markina-Gernika 25.46km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새 내린 듯하다.

빨래 건조대를 모두 복도로 들여다 놔서 빨래가 젖지는 않았지만 마르지도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부엌이 분주하더니 조식 제공 알베르게여서 식사 준비를 하는 듯했다.

어젯밤 저녁 식사로 순례자 메뉴를 먹었는데 맛도 훌륭했고 와인도 꿀같이 달아서 여러 잔 들이켰더니 대신 꿀잠을 잤다.


어제 하루 종일 너무 피곤하게 걸은 탓이리라.


알베르게에서 주는 커피와 토스트를 먹고 출발.

놀라웠던 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이 알베르게에 입실한 순례자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함께 걷다가 마키나 오르막길 숲 속 어디메쯤에서 사이가 벌어지면서 헤어졌던 스웨덴 처자가 나보다 먼저 식당에 와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서로 눈을 크게 뜨고 마주 보며 웃었다.

"유 메이드 잇!"

"예스, 유 디드 잇!"

우리는 오래 동안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반갑게 재회하고 어제의 가파르고 끝없이 이어지던 고갯길을 함께 욕했다.


7:30 비가 계속 주룩주룩 온다.

준비해 간 우의를 입고 걸었는데 우의를 살 때 저가형과 조금 나은 우의를 두고 잠시 고민했다가 비싼 걸로 샀는데 잘한 것 같다.


보급형보다 가볍고 몸의 습기가 덜 차는 것 같다.

그랙도 우의를 입고 걷는 건 어렵다.

비는 계속 온다.

마구 온다.

결국 하루 종일 비 맞고 걸었다.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오늘의 목적지인 게르니카 거의 다 와서 배가 너무 고파서 점심 순례자 메누를 먹었다.

아침으로 나온 토스트에 버터를 듬뿍 발라 커피와 함께 먹었지만 그래 봤자 바게트 빵 두 조각 먹고 빗길 20 킬로를 걸은 것이다.

메인 디쉬가 나오기 전 콩을 많이 넣고 끓인 수프를 줬는데 어제 마신 와인의 숙취해소와 해장이 된다.

메인 요리로는 먹물 오징어가 나왔는데 훌륭했다.

오징어에 화이트 와인을 한잔 마셨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연거푸 술을 마실수가 없어서 생수를 마셨다.

그런데 의외로 생수가 벌컥벌컥 들이켜져서 순식간에 1.5리터 생수 반 병을 마셨다.

우의를 입고 걷는 동안 땀을 많이 흘렸고 배낭을 벗는 게 귀찮아서 물을 거의 안 마시고 걸었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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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 당시 독재자 프랑코의 지원 요청을 받은 나치가 지네들 폭격기와 폭탄 성능도 알아볼 겸 공습을 강행하여 거주민의 30%를 학살시킨 폭격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광주항쟁과 비슷한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세계적으로도 5월은 참 힘든 역사를 품은 달이다.

피카소는 게르니카의 참상을 다룬 그림을 그려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는데 정작 게르니카에는 이 그림의 짝퉁이 걸려있고 진품은 마드리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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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니카 알베르게는 알베르게 도심 외곽에 있었는데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시설이 돼있었다.

로비층에 있는 라커에 자신의 배낭과 외투, 신발을 벗어 두고 필요한 물건만 나눠준 비닐봉지에 들고 침실로 가는 식인데 위생과 베드벅을 방지하려는 이유에서 인 것 같았다.

며칠을 함께 걸은 이탈리아노 파비안과 같이 빨래를 해서 세탁비를 절약했다.

빨래는 매일 나오는 게 속옷과 양말, 땀에 절은 티셔츠 정도라 손빨래를 하면 해결됐는데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용해야 했다.


며칠 동안 같이 걸은 독일 아가씨 리사와 프랑스 아저씨는 놀랍게도 피자를 알베르게로 배달시켜 먹었고 나는 잠깐 비가 멈춘 사이 저녁 먹을 만한 곳을 찾아보려 나가려는데 또 비가 와서 결국 갖고 있던 빵과 치즈, 체리, 토마토로 저녁을 때웠다.

파비안은 비속을 뛰어 나가더니 바르에 가서 함부르그(햄버거)를 먹고 돌아왔다.

내일도 비가 계속 온다는데 어찌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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